[Wine Study] 'Pinot Noir - Bourgogne vs Mosel' by 포도 공화국 '포통령' 최태현 선생님
'포도공화국'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와인 교육에 힘쓰고 계신 최태현 선생님의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왔다. (와인 교육이라 하면 다소 두루뭉술한 내용과 퀄리티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기에, 여기서는 '전문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클래스 장소는 경복궁을 바라볼 수 있는 '더 그릭(The Greek)'이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그리스 와인을 직접 수입하는 그리스 음식 전문점이라고 한다.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굿즈들과 파란색 인테리어가 창밖으로 보이는 경복궁과 맑은 하늘과 어우러지며 인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Pinot Noir, 그리고 두 가지 의문
Pinot Noir는 전 세계 애호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품종이다. 현재 가장 비싼 품종 중 하나이며,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품종이기도 하다. 특히 Pinot Noir의 본고장인 Bourgogne의 와인은 황당할 정도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심각한 수준의 애호가인 필자조차 쉽게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클래스를 들으며, 개인적으로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 언제까지 Pinot Noir의 영광은 계속될 것인가?
- Pinot Noir의 인기가 계속된다면, 그 중심지는 언제까지 Bourgogne일 것인가?
1. Pinot Noir의 인기는 왜 지속되는가?
Pinot Noir가 현재와 같은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 점점 섬세해지는 다이닝 문화
- 숙성고 운영이 어려운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 (특히 아시아 시장의 소비자들)
최근 다이닝 트렌드는 점점 더 정교하고 섬세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강한 구조감을 가진 보르도 품종보다는 우아한 스타일을 지닌 Pinot Noir가 더 잘 어울리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전통적인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은 일정 기간 숙성이 필요하지만, 현대 소비자들은 숙성고를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기 숙성보다는 즉시 접근 가능한 스타일의 와인이 선호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한, 전 세계 애호가들의 Pinot Noir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 Pinot Noir의 중심지는 언제까지 Bourgogne일 것인가?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Pinot Noir의 중심지가 영원히 Bourgogne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일부 리포트에서는 "머지않아 Bourgogne에서도 Rhône 품종을 재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많은 생산자들이 더운 빈티지에 적응하기 위해 포도를 조기에 수확하고, 줄기를 첨가하여 밸런스를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보다 기온이 더 상승한다면, Bourgogne에서 지금처럼 우수한 Pinot Noir를 생산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Next Bourgogne’**를 표방하는 여러 지역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독일(Germany)**이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 지리적으로 Bourgogne와 가깝다.
- 신대륙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본력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크다.
- 수준 높은 와인 아카데미와 연구기관을 보유하고 있다.
- Bourgogne와 유사한 대륙성 기후를 갖추고 있으며, 비교적 서늘한 기후 덕분에 Pinot Noir 재배에 유리하다.
Bourgogne vs. 독일 Pinot Noir 테이스팅
수업 내용으로 돌아가서, 이번 클래스에서는 독일과 Bourgogne Pinot Noir에 대한 전문적이고 명쾌한 리뷰 후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진행되었다.
시음 와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 Bourgogne Pinot Noir 3종 (Village 2종, 1er Cru 1종)
- Mosel Pinot Noir 3종
참가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호도 순위를 매겼으며, 필자는 여기에 품질 평가도 함께 진행해 보았다.
12명 평균 선호도 순위 (1위부터)
- Michel Noëllat Chambolle-Musigny 2021
- Lehnert Veit Goldtröpfchen GG 2018
- Markus Molitor Brauneberger Klostergarten 2017
- Robert Sirugue Vosne-Romanée 2020
- Lehnert Veit Falkenberg 2021
- Domaine S.C. Guillard Gevrey-Chambertin 1er Cru 'Les Corbeaux' 2020
필자의 개인 선호도 순위
- Lehnert Veit Goldtröpfchen GG 2018
- Robert Sirugue Vosne-Romanée 2020
- Domaine S.C. Guillard Gevrey-Chambertin 1er Cru 'Les Corbeaux' 2020
- Markus Molitor Brauneberger Klostergarten 2017
- Lehnert Veit Falkenberg 2021
- Michel Noëllat Chambolle-Musigny 2021
한 가지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선호도 평가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Michel Noëllat가 전체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내가 높은 점수를 준 와인들이 대체로 낮은 평균 점수를 받은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선호도 평가는 주관적인 것이므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Pinot Noir를 눈앞에 두고, 늘 스터디의 대상으로만 여기던 와인들에게 선호도를 매기는 것이 생각보다 막막한 경험이었다.
앞으로는 와인을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마셔놓고도 정작 내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 스스로도 우습게 느껴졌다.
필자의 품질 평가 결과
선호도와 별개로, 품질 평가도 진행해 보았다.
- 최고 품질: Robert Sirugue Vosne-Romanée 2020
- 중간 품질: S.C. Guillard Gevrey-Chambertin 1er Cru 'Les Corbeaux' 2020, Lehnert Veit Goldtröpfchen GG 2018, Michel Noëllat Chambolle-Musigny 2021
- 가장 낮은 품질: Lehnert Veit Falkenberg 2021 (덜 익은 풋내와 가장 가벼운 스타일)
- 품질 평가 제외: Markus Molitor (조기 산화된 인상을 줌)
특히 Lehnert Veit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whole bunch(홀 번치) 발효를 사용했는데, 최종 알코올 도수가 12.5%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GG에서 100% whole bunch를 적용한 것이 과연 생산자의 의도였는지 궁금해졌다.
Bourgogne Pinot Noir와 독일 Pinot Noir의 스타일 차이를 직접 비교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기후 변화와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는 것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