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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s Breaker] 디켄팅은 왜 하는 걸까요?

소비치 2024. 5. 2. 00:17

 

Myths Breaker Intro!!

 

[Myths Breaker] Intro. 시리즈를 시작하며...

어느 순간부터 와인을 정말 좋아하고 탐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와인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료들을 탐독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애호가들이 커뮤니티나 모임들에서 말하

health-wine-dailylife.tistory.com

 

디캔팅을 하면?

와인은 일반적으로 따르고 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발향이 더 증가하기도 하며 전체적인 향과 맛이 균형 잡히기도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촉진시키는 행위가 디캔팅이며, 와인을 잔보다 더 넓은 면적의 용기인 디켄터에 옮겨 담아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 특정 향이 날아가기도 하며, 다른 향들이 좀 더 부각되기도 하고, 와인의 표현력이 좋아지고, 질감이 부드러워지기도 한다. 
 

디켄팅의 두 가지 목적 : 침전물 제거 vs 와인의 활성화

(Wine selectors, 2022)

 
디켄팅의 두 가지 주요한 목적은 침전물 제거와 와인의 활성화다(Wine selectors, 2022). 오래된 와인, 특히 레드와인은 와인 속 폴리페놀들이 상호 간 중합체를 이루며 덩어리를 이루기 때문에 병에서 바로 따라 마신다면 상당히 꺼끌꺼끌한 침전물들로 불쾌한 질감과 과도한 씁쓸함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어린 와인은 일부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좀 더 좋은 표현력을 얻게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후자인 와인의 활성화, 즉 어린 와인이 왜 공기와의 접촉을 통해 좋은 표현력을 얻는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앞서 SNS등에서 흔히 보이는 일명 '명주실 디켄팅'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신의 물방울' 주인공 간자키 시즈쿠

 
병에서 나오는 와인이 마치 실타래의 명주실을 풀어내는 것 같다고 해서 불리게된 '명주실 디캔팅'이다. 위와 같은 퍼포먼스를 소믈리에들이 하는 것을 SNS등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와인을 갖고 '명주실 디캔팅'을 하게 된다면 정말 즐거운 시각적 유희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침전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래된 와인을 가져와서는 소믈리에에게 '명주실 디켄팅'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면, 혹은 본인이 한다면 상당히 곤란하다. 침전물이 병목에 이르는지를 끊임없이 병 너머의 불빛에 비춰보면서 아주 섬세하게 따라내야 하는데, 명주실 디캔팅은 현실적으로 침전물 제거가 불가능한 퍼포먼스이다. 혹여나 집에서 따라 하다가 비싼 와인을 왕창 흘리게 될 수 있으니 절대 따라 하지 말자...
 

와인을 여는 두가지 키 : 증발 & 산화

이탈리아 베로나 대학교의 와인 산화 전문 양조학 교수 Maurizio Ugliano에 따르면 디캔팅의 효과는 증발(Evaporation)과 산화(Oxidation)에 있다고 한다. 증발은 휘발성 화합물을 디켄터 속 빈 공간으로 내보내는 작용이며, 산화는 산소가 용해되어 와인 속 화합물들에 화학적 변화를 주는 과정이다(Remy Charest, 2018).
 

핵심 키 : 증발(Evaporation)

와인을 디켄팅 하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은 증발이다. 와인에 포함된 휘발성 황 화합물 (Volatile Sulfuric Compound, VSC)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와인에 포함된 VSC는 썩은 달걀등의 향을 주는 Hydrogen Sulfide, 불끈 성냥이나 연기의 향을 주는 Ethanthiol, 삶은 양배추 향을 주는 Dimethyl sulfide 등 정말 많은 휘발성 분자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Siebert, T.E. et al 2010). 휘발성 분자란 용액에 녹아있는 농도에 비해 기체로 증발하는 성질이 강한 분자를 의미 이는 곧 끓는점(Boiling Point)이 낮은 물질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와인에서 과일향을 담당하는 물질 중 휘발성이 높은 Carboxyl Ester의 물성을 보면 VSC보다 휘발성이 낮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Bruce Zoecklein, 2008)

 

 
종합해보면, 와인을 따른 초기에는 VSC가 지배적으로 증발하게 되고, 일정시간 이후 와인에 녹아있는 VSC의 농도가 충분히 낮아진 다음에는 와인의 긍정적 향 화합물들이 지배적으로 증발하게 된다. VSC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와인을 열자마자 잔에 따르면, 와인잔 안에는 VSC가 높은 비율로 존재하여 코로 잔 속 공기를 흡입하더라도 불쾌한 향이 나거나 과일향이 잘 안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디캔팅을 통해 초반에 집중적으로 휘발하는 VSC의 소실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향이 지배적으로 휘발하는 시점까지 효율적으로 도달 수 있는 것이다. 
 

winefolly.com

 
또한 증발은 알코올 농도를 낮추는 효과도 있다. 와인을 디켄팅 할 시 2시간째에는 1%의 알코올이 감소하고 6시간째에는 3.2퍼센트의 알코올이 감소했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디켄터와 같이 더 넓은 잔에 담을수록 알코올의 감소율이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David Wollan et al, 2016). 알코올의 농도가 낮아지면 와인의 질감이 달라지고, 알코올의 열감도 감소하기 때문에 디캔팅을 통해 향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David Wollan et al, 2016)

 
 
보조 키 : 산화 (Oxidation)

산화작용은 증발작용에 비하면 상당히 오래 걸리는 변화다. 증발은 단순히 화합물의 동적 기체평형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반면 산화작용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용으로 그 효과를 느끼려면 수시간에서 수일이 걸린다 (Remy Charest, 2018). 와인에서 산화란 효소적 산화(Enzymatic oxidation)과 비효소적 산화(Non-Enzymatic Oxidation)가 있다 (Oliveira et al. 2011). 효소적 산화란 발효 전 및 발효 중 발생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비효소적 산화는 화학적 산화라고도 하며 발효가 완료된 와인에서 발생하는 화학적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카테콜(Catechol)을 포함한 폴리페놀의 산화과정이 핵심이다. 우선 산소가 와인과의 접촉을 통해 용존산소로 녹아들어야 하며, 구리등의 전이금속에 의해 환원되어야 하며, 카테콜과 반응하여 퀴논(Quinone)과 과산화수소(Hydrogen Peroxide)를 만들어야 한다 (Danilewicz et al., 2008). 이런 일련의 과정은 일반적인 디캔팅 시간인 1-2시간보다 훨씬 길고 천천히 일어나는 반응이다. 
 

(Danilewicz et al., 2008)

 
이는 Syrah를 이용한 용존산소 변화에 관한 실험에서 간접적으로 다시 확인해볼 수 있다. 아래 도표와 같이 2018년 빈티지의 Syrah를 섭씨 22도씨 상온에 열어둔 결과 노란색 그래프를 보였다. 5시간이 지나서야 용존산소량이 겨우 1ppm가량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Deshaies S et al., 2020).

( Deshaies S et al., 2020)


 반면 2012년 중국의 쉔양(Shenyang) 약학 대학에서 시행한 '디켄팅 시 레드와인에 포함된 20개의 분자에 관한 연구'에서는 신 맛을 담당하는 유기산(Organic acids)과 폴리페놀(Polyphenols)이 디캔팅 후에 감소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Cui, Y. et al., 2012). 이 연구에 대해 UC Davis의 Dr. Andrew Waterhous는 유기산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파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면서 실험에서 사용한 디켄팅 12시간이 비현실적인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그는 디캔팅을 통해 화학반응을 하는 산소는 마이크로몰(micromole) 단위인데, 이는 전체 탄닌 중 0.1%의 구조만 변화시킬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해석하길, 부정적인 티올(Thiols)이 제거되면서 향이 더 좋아지므로 맛 또한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Tyler Colman, 2013).
 
 

그렇다면 정답은?

그렇다면 해결책은 수 시간의 긴 디켄팅일까? 그렇지 않다. 많은 연구에서 와인을 따른 뒤 2시간 뒤 주목할만한 휘발성 향 분자의 감소 (Wollan et al. 2016)과 인지상 향 강도의 감소 (Venturi et al. 2014)를 보고한 바 있다. 와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2시간 이상의 과도한 디캔팅은 어린 레드와인에서 질감을 약간이나마 부드럽게 할 수는 있겠으나, 더 중요한 요소인 발향물질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니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와인을 60분 이내에서 디캔팅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오히려 올드 빈티지 와인의 경우 휘발성 향 분자의 양이 줄어들어 있어 디캔팅을 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많은 소믈리에들은 경험적으로 침전물 제거를 위한 디캔팅을 할 때 디켄터 린싱을 하기 전 와인의 아로마와 린싱 후 아로마를 비교해 급격히 향이 감소되지 않는지 체크해보곤 한다. 
 
오히려 디켄팅을 하는 행위는 와인에 대한 존중을 나타내는 일종의 의식으로 볼 수 도 있다. 애호가들은 소중한 와인을 아름다운 모양의 디켄터에 찬찬히 따르면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마치 첫 데이트에 나가는 단장을 하는 모양새다. 비슷한 행위로는, 전동오프너가 참 편리하지만 많은 애호가들이 소믈리에 나이프를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듯 하다. 푸어러나 푸어링디스크가 편리하긴 하지만 소믈리에들은 병을 돌려 따르고 린넨천으로 마무리 하는 것과 비슷하다. 와인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린 와인에서 1시간 내의 짧은 디켄팅은 시음장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와인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해 보면...

디캔팅의 목적은 어린 와인에서 향을 활성화시키기 위함과 오래된 레드와인에서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어린 와인에서 향을 활성화하는 기전은 부정적인 휘발성 화합물을 제거하여 긍정적인 아로마 화합물이 잔속을 지배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질감을 부드럽게 하고자 와인을 1-2시간 이상 디켄팅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올드 빈티지 와인은 아로마 화합물의 양이 감소하여 디켄팅에 취약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올드 빈티지 와인으로 일명 '명주실 디켄팅'을 요청하거나 시도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에 대해서 반대의견, 반박자료를 포함한 모든 자유로운 의견은, 댓글이나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전달해도 언제든 환영한다!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은 더 정제된 지식을 만들어낼 테니...!
 
 

참고문헌

1. Wine Selectors, (2022, Mar 25), Let it Breath - Wine decanters, https://www.wineselectors.com.au/selector-magazine/wine/let-it-breathe-how-and-when-to-decant-wine
2. Remy Charest (2018, Sep 25), The Science Behind Decanting Wine, Sevenfiftydaily.com, https://daily.sevenfifty.com/the-science-behind-decanting-wine 
3. Siebert, T.E., Solomon, M., Pollnitz, A.P., & Jeffery, D.W. (2010). Selective determination of volatile sulfur compounds in wine by gas chromatography with sulfur chemiluminescence detection.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58 17, 9454-62 .
4. Bruce Zoecklein (2008, Feb 15), Managing Sulfur-like Off Ordors in Wine, Winebusiness.com, https://www.winebusiness.com/wbm/article/54422
5. David Wollan, Duc-Truc Pham, and Kerry Leigh Wilkinson (2016). Changes in Wine Ethanol Content Due to Evaporation from Wine Glasses and Implications for Sensory Analysi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64 40, 7569-75
6. Oliveira CM, Ferreira ACS, De Freitas V, Silva AMS. (2011). Oxidation mechanisms occurring in wines. Food Res Int 44:1115–1126.
7. Danilewicz, J. C., Seccombe, J. T., & Whelan, J. (2008). Mechanism of interaction of polyphenols, oxygen, and sulfur dioxide in model wine and wine. American Journal of Enology and Viticulture, 59, 128–136.
8. Deshaies S, Cazals G, Enjalbal C, Constantin T, Garcia F, Mouls L, Saucier C. Red Wine Oxidation: Accelerated Ageing Tests, Possible Reaction Mechanisms and Application to Syrah Red Wines. Antioxidants. 2020; 9(8):663. https://doi.org/10.3390/antiox9080663
9. Cui, Y., Li, Q., Liu, Z., Geng, L., Zhao, X., Chen, X., & Bi, K. (2012). Simultaneous determination of 20 components in red wine by LC-MS: application to variations of red wine components in decanting. Journal of separation science35(21), 2884–2891. https://doi.org/10.1002/jssc.201200305
10. Tyler Colmon (2013, Aug 21), The Science of Decanting, https://www.wine-searcher.com/m/2013/08/decanting-what-makes-it-work
11. Wollan D, Pham D-T, Wilkinson KL. 2016. Changes in Wine Ethanol Content Due to Evaporation from Wine Glasses and Implications for Sensory Analysis. J Agric Food Chem 64:7569–7575.
12. Venturi F, Andrich G, Sanmartin C, Scalabrelli G, Ferroni G, Zinnai A. 2014. The expression of a full-bodied red wine as a function of the characteristics of the glass utilized for the tasting. CyTA - J Food 12:29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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