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Notes] 이탈리아 여행기 - 돌로미티 : 라가주오이, 친퀘 토리 (Lagazuoi, Cinque Torri)
전체여행일정
2024.09.26 - 베네치아 도착 (14:20)
2024.09.28 - 베네치아 → 돌로미티 (미주리나 호수)
2024.09.30 - 미주리나 호수 (Lake Misurina) → 캄피텔로 디 파사 (Campitello di Fassa)
2024.10.03 - 돌로미티 to 시르미오네 (Sirmione)
2024.10.04 - 시르미오네 to 발폴리첼라 (Valpolicella)
2024.10.06 - 발폴리첼라 to 베네치아 마르코 폴로 국제공항 (16:50 Out)
베네치아 2박 → 돌로미티 5박 (미주리나 2박, 캄피텔로 디 파사 3박) → 시르미오네 1박 → 발폴리첼라 2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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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24.09.30)- 돌로미티 : 라가주오이, 친퀘 토리 (Lagazuoi, Cinque Torri)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라가주오이로 향했다.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케이블카를 위해 돌로미티 슈퍼섬머패스(Super Summer Pass)를 구입하기로 했다.
처음에 잘못 찾아간 매대에서는 헤드랜턴과 안전모를 팔고 있었는데, 이때는 이 의미가 뭔지 몰랐다.
어찌어찌 케이블카를 타고 라가주오이 산장에 올라갔는데, 짙은 구름 속에 들어와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라가주오이 구경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산장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면서 우선 기다려보기로 했다.
한 30분쯤 여유를 즐기니 구름이 어느 정도 걷혀 트레킹을 나서보기로 했다.
사실 산장에 도착했을 때에도 트레킹플랜이 없어서, 그냥 발 닿는 데로 가보기로 했다.
트레킹은 대략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시작은 라가주오이 산장(Rif. Lagazuoi)에서 하였으며, 갤러리아 라가주오이(Galleria Lagazuoi)를 거쳐 402번과 401번 트레킹 코스를 타고 포르첼라 트라베나즈(Forc. Travenazes)와 포르첼라 라가주오이(Forc. Lagazuoi)를 거쳐 케이블카 탑승장소로 돌아왔다.
뒤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보라색으로 동그라미 친 갤러리아 라가주오이가 정말 반전구간이었다.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갤러리아 라가주오이로 가는 팻말을 따라가면, 바위에 매달려 계단을 내려가는 구간이 나온다.
산을 잘 다니는 사람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정도지만, 평소 등산에 익숙하지 않다면 쉽지 않은 구간이 될 수 있다.
케이블을 중간중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장갑은 필수다!
쉬운 길도 낭떠러지 옆이기 때문에 항상 집중해야 한다.
10-20분 정도 가다 보면, 이탈리아군이 만들어 놓은 참호가 나타난다.
1910년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벌써 저 철조망은 100년도 넘은 것이다.
여기서 보초를 서며 적군의 동태를 감시했을 이탈리아 병사의 마음을 상상해 본다.
조금 더 가보면 Entrata Galleria라고 Galleria Lagazuoi의 입구를 알리는 팻말이 나온다.
갤러리아 입구에서 만난 독일인 부부와 가벼운 대화를 나눴는데, 자꾸 헤드랜턴이랑 보호헬멧이 없으면 안으로 못 들어간다고...
그런 게 어딨 냐고 생각하며 입구를 들어가 보니 만난 모습이다.
좌우 갈림길이 나오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다.
촬영용 조명이 있어서 '혹시 갈만하지 않을 까?' 고민하는데, 독일인 부부가 계속 말렸다.
20분 정도를 망설이다가, 결국 가다가 안되면 돌아 나오자는 결론을 내고 천천히 진행해 봤다.
이때 지도를 다시 보니, 갤러리아 라가주오이 부분은 점선으로 난도가 높은 길에 속해있었다.
우선 우측길 즉 지도상 서쪽길을 선택했는데, 조금이라도 짧기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약 1km를 동굴을 따라 진행하는 코스고, 중간중간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멍이 7-8군데 있었다.
총 1시간 20분 걸렸으며, 장갑과 어떤 종류든 랜턴은 필수다.
핸드폰 플래시도 실험해 봤는데, 역부족이었다.
안전모는 조심하면 가능은 하지만, 그래도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하는 것이 좋겠다.
(장갑 필수, 랜턴 필수 - 헤드랜턴 권장, 안전모 강력권장, 등산화 권장)
아무래도 1km를 어두컴컴한 동굴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에, 밀실에서 오는 답답한 느낌도 있다.
혹시라도 밀실에서 불안감을 종종 느낀다면, 이 코스를 권장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는 이탈리아군이 사용하던 벙커나 오피스가 전시되어 있어, 나름의 볼거리도 있었다.
그래도 완주하고 나서는 엄청난 성취감이 들었다.
이후에 약 30분간 약간 어려운 코스를 타다 보면, 탁 트인 쉬운 코스로 나오게 된다.
상승코스를 30분 정도 타면 포르첼라 트라베나즈에 도착한다.
이곳의 풍경도 정말 장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한 포르첼라 라가주오이는 더 장관이더라.
포르첼라 라가주오이에서는 가파른 상승코스를 짧고 굵게 30분 정도 타면 라가주오이 산장에 도착한다.
고단했던 트레킹의 보상이라도 주듯 케이블카 탑승장에 있는 카페에서 코르네토랑 사과주스 커피를 주문해서 먹었다.
특히 초록색 Yoga라는 사과주스가 정말 맛있었다.
청사과를 갈아 만든 느낌이었다.
이름 모를 색이 이쁜 새 한 마리가 기웃대길래 빵조각을 나눠먹어 봤다.
라가주오이 산장 주변의 트레킹을 마무리하고는, 친퀘 토리로 향했다.
친퀘 토리(Cinque Torri)는 5개의 작은 바위라는 뜻이다.
친퀘 토리의 트레킹 코스는 기껏해야 한 시간 이내로 가볍게 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가볍게 산책하듯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어봤다.
두 번째 숙소로 가는 길에, Passo Porodoi를 지나가는데 Sasso Porodoi가 참 멋있길래 한 장 남기고 떠났다.
숙소는 캄피텔로 디 파사 (Campitello di Fassa)에 위치한 호텔 메딜(Hotel Medil)이라는 곳이었고, 사우나 레스토랑, 헬스장,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있는 곳이었다.
저녁은 고단한 하루였으니 호텔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다.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의 레스토랑인데,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의 음식 만듦새를 보여줘 놀라기도 했다.
같이 곁들인 와인은 Alto-Adige 지역의 Tramin이라는 생산자의 Lagrein 품종이었는데, 블랙베리의 풍미가 순수하면서도 진하고, 후추 같은 스파이스도 참 많고 보라꽃이 아득하게 퍼지는 인상적인 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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