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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 Bones : 소비치의 와인 그리고 정형외과 안내서
[Myths Breaker] 최고의 와인잔을 찾아서...! - 와인잔의 형태가 감각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본문
[Myths Breaker] 최고의 와인잔을 찾아서...! - 와인잔의 형태가 감각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소비치 2025. 1. 3. 11:40이 글을 급하게 쓴 이후에 다시 읽다보니 부족함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 좀 더 과학적 연구인용을 철저하게 하여 심도있는 고찰을 한 포스팅이 있으니, 그 글도 읽어보면 좋겠다.
와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국내외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어떤 와인잔이 성능이 좋은지에 대한 설왕설래는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혹자는 어떤 와인잔이 마치 절대적으로 우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식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절대적으로 우월한 성능의 잔이 있다면... 모든 고급 레스토랑과 능력 있는 소믈리에들은 모두 그 잔을 사용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와인잔의 모양과 디자인 요소가 와인의 감각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개인적 의견과 과학적 연구인용을 통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와인잔이 미각에 미치는 영향
가장 분명한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와인잔은 와인 맛에 영향을 미치는가? 필자의 개인적 의견은 '심리적 요인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이다.
혹자는 와인잔의 림 모양이 와인이 혀에 떨어지는 위치를 다르게 하여 미각에 영향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혀의 미뢰지도를 인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1901년 'The Psychophysics of Taste'에 수록된 독일의 과학자 David Pauli Hanig의 실험 내용을 하버드의 심리학자인 Edwin Boring이 잘못 해석하여 1942년 위와 같은 Tongue Map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오류는 1974년 Virginia Collings의 연구와 2006년 Nature 지에 수록된 J.Chandrashekar 등이 쓴 'The receptors and cells for mammalian taste'라는 연구에서 정정되었다. 실제 혀에서는 모든 부위에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애석하게도 많은 학자들의 정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류는 지금까지 현대인들에게 잘못된 상식으로 남아있다.
혹자는 와인잔에서 산소와 만나며 와인의 미각적 감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와인과 산소의 화학반응 상당히 오래 걸리는 과정이며 일반적인 한 잔의 시음시간인 1-2시간 내에서는 큰 변화를 주지 못한다. 이는 이전 포스팅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도 정말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싶다면, 미각은 미뢰에서만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함께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어서 나올 와인잔이 후각에 미치는 영향에 따른 부가적인 차이라고 해석해도 좋겠다.
와인잔이 후각에 미치는 영향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와인잔의 모양과 크기는 분명 후각적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과학적 연구에서는 와인잔의 모양을 '컵의 높이, 컵의 부피, 와인이 담긴 표면의 직경, 컵의 최대 직경, 컵의 입구직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컵의 높이 대신 와인표면에서 입구까지의 높이를 다루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이는 뒤에서 조금 더 설명해 보겠다.
와인잔 안에서 향미분자들은 증발을 통해 일부 평형에 이른다. 물론 와인잔은 입구가 존재하는 열린계 (Open System)이기 때문에 완전한 동적 평형을 이루기는 불가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실내에서 시음을 할 경우 일부 동적평형과 유사한 평형구간에 돌입할 수 있다.
이는 1999년 Journal International des Sciences de la Vigne et du Vin에 수록된 U.Fischer 등의 'Impact of wine glasses for sensory evaluation'에서 자세하게 설명된다. 이 개념은 앞으로 이야기할 내용들의 대 전제가 된다.
한 가지씩 분석을 해보자.
컵의 입구 (Opening Diameter)
컵의 입구는 넓을수록 잔 속의 향미분자의 유출이 빨라진다. 반면 황 화합물에 의해 발생하는 황 결함 (Sulfur defect)는 오히려 빠르게 소실될 수 있다. 입구가 작다면 향미분자의 유출이 느려지며 잔 속의 향미분자 농도가 높은 상태로 시향을 할 수 있다. 반면 황 결함이 있을 경우 소실시키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이는 스월링을 통해 확산을 가속화시키면서 극복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적절한 스월링을 통해 낮은 황 결함 소실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컵의 입구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은 것인가?
위 사진과 같이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실 때 코가 잔 안으로 같이 들어와 향을 함께 즐겨야 풍미가 배가될 것이다. 미각은 단순히 미뢰에 의해 인지되는 것이 아니라 후각과 함께 연계되어 구체화되고 증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작은 입구직경의 잔은 곤란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코가 낮고 작기 때문에 조금 더 입구가 좁은 잔은 써도 괜찮을 수 있다.
컵의 최대 직경 (Maximum Diameter)과 와인 표면의 직경 (Wine Surface Diameter)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컵의 최대 직경을 변수로 상정하였다. 물론 컵의 최대 직경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시음자에게 좀 더 중요한 변수는 와인의 표면 직경이라고 생각한다.
2001년 Journal of Wine Research에 기재된 Margaret A. Cliff의 'Influence of Wine Glass Shape on Perceived Aroma and Colour Intensity in Wines'에서는 와인 향의 강도는 컵의 최대직경 / 입구직경 (Max Diameter / Opening Diameter)의 비율 (ratio)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했다. 이는 화이트와인 (r=0.89)보다는 레드와인 (r=0.99)에서 높은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다.
즉, 컵의 최대직경이 큼과 동시에 입구직경이 작으면 와인 향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컵의 최대직경이 크면 같은 양의 와인이 있을 때 '일반적으로' 와인의 표면 직경 (또는 넓이)가 커지기 때문에 이런 해석이 나왔다고 본다.
앞서 1999년 U. Fischer의 연구에서는 실제로 와인표면의 직경과 잔의 최대직경이 거의 유사한 변수로 분석되었다.
이는 당연하게도, 와인의 표면이 넓을수록 향미분자의 증발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와인잔 내의 향미분자의 농도는 와인표면에서의 증발속도와 와인잔 입구에서의 유실속도가 같아지는 지점에서 평형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즉 와인 표면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와인잔 입구를 작게 만들면 와인의 전체적인 향 강도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와인은 버건디잔처럼 바닥은 넓고 입구는 좁은 잔에 따라야 좋은 것인가?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향미분자는 대부분 공기보다 무거운 물질이기 때문에 와인 표면으로부터 높이에 따라 그 농도가 달라진다.
위 도표는 Guaiacol이 와인표면에 거리에 따라 분배계수가 달라져 결과적으로 향 성분의 농도가 거리에 따라 감소함을 보여주고 있다. Guaiacol은 대기의 밀도보다 4배나 무거운 물질이고 Vapor pressure는 25도씨에서 0.103mmHg로 매우 낮은 편이며, 역치값 또한 상당히 낮다. 따라서, Guaiacol은 증발은 잘 안되지만 적은 농도에서도 향은 강렬하게 감지되며, 높은 밀도로 와인잔 입구까지 잘 도달하지 않으며 도달한다고 해도 대기로의 확산 때문에 향 유실이 적다.
이를 통해 Guaiacol은 휘발성이 높은 다른 물질들에 비해 와인잔 Opening이 커도 와인 표면 근처에서는 일정농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비슷한 성질의 향미물질로는 오크통 관련 화합물, 브렛에 관련한 휘발성 페놀등이 있다. 반면 발효과정에서 과일 풍미를 에스터(Ester) 계열이나 고급알코올(Higher Alcohol)등은 증기압이 높고 분자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휘발성이 높은 성질을 띤다.
분석한 내용을 기반으로 위 두 잔이 각각 강조할 수 있는 포인트를 유추해 볼 수 있겠다. Riedel의 Veritas Oaked Chardonnay는 와인 표면도 넓지만 와인 표면에서 입구까지 높이가 낮고 입구 직경도 넓다. 따라서 과일향과 같은 휘발성이 높은 분자는 잔 속에서 상대적으로 농도가 낮게 유지되지만, 오크, 브렛 등 감칠맛과 얼씨함 (Savory & Earthy)을 담당하는 향미분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겠다.
물론 절대 농도는 아래의 Riedel Veritas Pinot noir 와인잔이 더 높을 것이다. 그 이유는 와인의 표면 넓이가 더 넓으면서 입구직경은 좁기 때문이다. (정정 제보에 따르면 두가지 와인잔은 높이만 다르고 모양은 일치하기 때문에 같은 용량에서 와인 표면의 넓이는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와인표면의 넓이와 입구의 넓이 비율은 차이가 크다) 따라서 이런 와인잔에서는 과실향을 담당하는 에스터와 고급알콜을 더 높은 농도로 잡아둘 수 있기에 감칠맛과 얼씨함보다는 과실향이 강조된다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Riedel의 제품 페이지에서는 위의 Chardonnay잔은 'the wide open-mouthed bowl enables the rich bouquet to develop its wonderfully diverse range of aromas, emphasizing the finesse while minimizing the risk of richer style white wines becoming over-concentrated'라고 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로마를 강조할 수 있고 와인의 풍미가 너무 과집중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아래의 Pinot noir 잔은 'This glass highlights the rich fruit-forward characters' 라며 과실향을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RIEDEL Superleggero Burgundy Grand Cru를 보면 와인의 표면은 넓지만 입구직경도 크게 설계되어 있다. 이는 과실향이 충분히 농축된 Burgundy Grand Cru 와인이 다른 복합적인 레이어들과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제품페이지에는 'The Burgundy Grand Cru glass is perfect to support the balance of fragility and fresh compact fruit in light-bodied wines.'라고 밸런스를 강조하고 있다.
컵의 높이와 부피 (Height & Volume)
만약, 와인이 샤블리, 리슬링, 소비뇽블랑, 뮈스카데 등 섬세한 종류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와인에 포함된 향미분자의 농도가 더 낮고, 낮은 역치의 강렬한 향미분자들이 적다고 볼 수 있기에 커다란 와인잔에 동적평형을 이루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향미분자의 소실량이 너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섬세한 화이트와인을 마실 때에는 와인의 표면적 대비 입구가 좁은 튤립모양의 잔은 유지한 채 전체적인 볼륨이 적은 와인잔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물론, 정말 프리미엄 급의 풍미강도가 강렬한 화이트와인들은 조금 더 잔 크기를 키워도 좋겠다.
반면, 풍미강도가 진한 보르도 와인이더라도 병숙성이 오래된 와인이라면 전반적으로 향 분자의 농도가 줄어들며 풍미강도가 감소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린 보르도 와인보다 조금 더 작은 볼륨의 잔을 선택하고 줄어든 과실풍미를 더 집중시기기 위해 입구직경이 너무 넓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컵의 모양 (Shape)
RIEDEL Winewings Pinot Noir/Nebbiolo을 보면 바닥부가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급격한 곡률을 보이며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보인다. 이는 같은 컵의 최대직경을 갖더라도 적은양으로 와인이 최대직경까지 도달할 수 있다. 만약 위에서 소개한 Burgundy Grand Cru 와인잔의 최대직경까지 와인을 따른다면 아마 Grand Cru 와인병의 절반정도는 소모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와인 컵의 잔여부피도 줄어들어 향이 모이는 총 용량 또한 손해를 본다. 반면 Winewings 제품은 적은양으로 넓은 표면적을 유발하여 컵 내에 향미물질이 더 높은 농도로 유지되게 돕는다. 와인 표면적이 넓고 입구가 좁기 때문에, 당연히 과실풍미가 강조되는 디자인일 것이다.
또한 이런 디자인의 특징은 적은양으로 빠른 증발속도를 보이기 때문에 와인 속 향 분자의 농도변화가 빠르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와인잔에서 와인이 빠르게 변모하는 특징을 보여줄 수 있다. 게다가 황 화합물의 초기농도가 높아 과실이 가려지는 상황에서는 황화합물을 초기에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다. 제품 페이지에서는 ' Its unique flat-bottomed design highlights the fruit-forward elegance of lighter reds, allowing the bouquet to develop in detail.'이라고 하며 과실이 강조됨과 부케가 발전함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다.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와인의 표면직경과 와인잔의 최대직경, 그리고 해당지점까지의 낮은 곡률은 스월링 시 원심력에 의해 와인이 더 넓고 높은 곳으로 도약하게 돕는다. 하지만 이런 디자인은 와인잔의 최대직경과 와인표면직경이 거의 일치하는 지점에 있고 곡률이 크기 때문에 원심력과 도약의 혜택을 적게 받는다. 이런 디자인의 잔은 스월링 할 경우 와인이 낮은 곳에 머물러 있곤 한다.
스월링은 와인의 표면을 순간적으로 넓혀주는 효과가 있기에 시행 직후 컵 속 향 분자의 증발속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와인은 기본상태의 표면적이 넓은 대신 스월링으로 표면 증가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의 사진에서 비교해 볼 수 있듯, Josephine은 큰 와인 면적을 갖고 있지만 스월링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반면 Riedel은 스월링에는 유리하지만 와인 면적이 작다. 두 와인잔이 어떻게 스월링 되는지는 https://www.youtube.com/@Oneonthehill에 올라와 있는 여성 출연자의 스월링장면을 보고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각각 Josephine No 3와 Riedel performand pinot noir를 스월링 하고 있다. 파지법이랑 돌리는 강도는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Josephine 잔을 보면 디자인적 요소를 위해 와인 표면에서 순간적으로 더 가파른 경사를 보인다. 따라서 와인 스월링 시에도 이 경사 위로 올라가기 힘든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와인이 발리는 면적이 작아진다. 반면 비슷한 파지법과 숙련도로 Riedel잔을 돌릴 때는 수월하게 넓은 벽면에 와인이 발리는 것을 볼 수 있다.
Josephine은 그 어떤 브랜드의 와인잔보다 심미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 바닥부와 옆면의 곡률을 극대화하여 아찔하게 깎아 올라가며, 옆 벽면에도 하나의 턱 (Bump)이 존재하여 스월링의 발림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은 와인잔을 기울여서 천천히 돌려 벽면에 잘 발라주거나 손목 스냅을 더 활용해서 스월링 시 와인잔의 경사를 더 줌으로써 극복해 볼 수 있다.
와인의 표면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바닥이 평평한 디자인을 할 때에는 곡률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 스월링의 용이성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겠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앞서 소개한 Riedel Winewings처럼 심미성은 포기해야 한다(필자의 개인적 의견).
컵의 요철 (Bump)
컵에 형성된 요철은 스월링 시 와류를 형성하여 향 분자의 휘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또한, 디자인적 요소로 작용하여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위의 와인은 Riedel사의 Performance 시리즈의 Pinot noir 잔으로 내벽에는 각이 진 요철이 있다. 이는 심미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스월링 시 와류를 형성해 향미분자의 발산을 도울 수 있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킨 디자인이라고 생각되는 Zieher 사의 제품이다. 실제 이 와인잔을 스월링 해보면, 안쪽에 고인 와인이 원심력을 받아 요철을 타고 바깥으로 뻗어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와류가 발생한다. 잔을 처음 푸어링할 때나 스월링을 마치며 와인들이 다시 안쪽으로 모이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기능적 효과보다도 Zieher는 심미적인 수려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이기도 하다.
와인잔의 심미성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
위에서 소개한 모든 객관적 지표에도 일반적인 소비자는 와인잔의 너비, 곡률, 입구의 직경등을 고려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심미성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연하게도 인간은 객관적인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석할 여지도 없이 와인잔의 두께는 와인의 향과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얇은 두께와 가벼운 와인잔은 손에 쥐었을 때 우아한 밸런스를 선사하여 시음자에게 긍정적 심리작용을 할 수 있다. 유려하게 떨어지는 림 모양은 시음 시 입술에서 우아한 감각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은 와인의 맛을 심리적으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앞서 고찰해 본 와인잔의 특성에 따라 예측되는 감각의 변화에 대해서는 Wine Geek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다. 하지만 와인이라는 것은 객관적 지표에도 영향을 받지만 주관적인 심리상태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객관적 와인 평가를 하는 전문가들이 아니라면 주관적 지표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맛집을 갔을 때 옆에 있는 친구가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고 하면 실제로 음식이 더 맛있어진다. 와인잔도 그냥 내가 마음에 꼭 드는 것을 선택하여 즐거운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에 마시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된다. 가능하다면 작은 잔 큰 잔 두 종류를 구비하여 즐겨보자. 와인 생활이 좀 더 다채로워지고 즐거울 것이다.
결론 : 절대적으로 우월한 와인잔은 없다! (p.s. 마케팅에 속지 말자)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에 대해서 반대의견, 반박자료를 포함한 모든 자유로운 의견은, 댓글이나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전달해도 언제든 환영한다!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은 더 정제된 지식을 만들어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