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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s Breaker] Aroma Compound, Decanting, Wine Glass -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한 고찰 : 최종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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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ths Breaker] Aroma Compound, Decanting, Wine Glass -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한 고찰 : 최종판!

소비치 2025. 1. 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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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렸던 포스팅들은 가벼운 리서칭을 통해 디캔팅과 와인잔이 아로마 화합물에 미치는 간단히 생각들을 정리한 내용이었다. 따라서 Opinion의 비율이 높고 추론과정에서 논리적인 비약도 많았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대한 기존 연구자들이 보고한 내용을 기반으로 내용정리를 하고, 이어서 어지러웠던 내 생각을 최대한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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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연구 결과들]

'The taste of wine : The art and science of wine appreciation' by Emile Peynaud (1983)

 

'The taste of wine : The art and science of wine appreciation' by Emile Peynaud (1983)

 
현대 양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Emile Peynaud가 1983년 집필한 'The taste of wine : The art and science of wine appreciation'에 의하면 와인 속 아로마 화합물(Aroma Compound)들은 와인 속에 녹아있다가 증기(vapor) 상태로 증발을 해야 코의 후각신경에서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와인을 잔에 따랐을 때 아로마 화합물은 액체와 기체상태로 모두 존재하는데, 이는 휘발성 계수 (Volatility Coefficient)에 의해 정해진다고 했다. 
 
Emile Peynaud는 이러한 현상을 Cognac을 풍선모양 잔에 마실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따뜻하게 덥혀서 가장 휘발성이 높고 가벼운 물질인 알코올을 날리고 점점 더 무겁고 풍부한 향이 나면서 마지막에는 가장 무겁고 휘발성이 낮은 오크우드의 향이 남는다고 설명한다. 
 
그는 와인에는 alcohols, aldehydes, ketones, acids, esters, terpenes 등 다양한 화합물들이 있으며 분자량이 클수록 더 높은 휘발성을 지닌다고 했다. 또한 같은 탄소수를 갖는 물질에서는 Ester가 Aldehyde 보다 더 휘발성이 높다고 했다. 사실 이는 뒤에서 다루겠지만, 화합물의 휘발성에 대한 그의 추론은 실제 화합물의 휘발성과는 잘 맞지 않는 척도이다. 아로마 화합물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분자량 말고도 물, 알코올과의 친화도, 화합물 간의 상호작용 등 다양하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에 발간된 책이지만, 당시 Emile Peynaud는 Gas chromatography (GC)가 다양한 아로마 화합물을 측정하는데 제한점이 많다고 했다. 
 
화합물에 따른 휘발성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와인잔의 설계의 관심으로 이어진 듯하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Impact of wine glasses for sensory evaluation' (1999)

1999년 Ulrich Fischer와 Britta Loewe-Stanienda는 와인잔의 모양과 향 인지에 관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아로마 화합물의 동적 증발 모델(Kinetic of volatilisation)을 제시했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그들 선행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에는 와인에 포함된 아로마 화합물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화합물 이동은 K2 & K3에 의한다고 했다. K4의 경우 잔 속으로 증발했던 아로마 화합물이 다시 응축해서 들어가는 경우인데 이는 K3에 비해 100만 배가량 (6 orders of magnitude smaller) 작기 때문에 무시할만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14ml의 개방된 유리병에 5ml의 와인을 넣어 유리병 속 아로마 화합물의 농도를 Gas Chromatography로 측정하였다. 측정치는 와인 표면으로부터 0.5~3.5cm까지 0.5cm 단위로 시행하였으며 와인을 넣은 뒤 2,5,10,15,30,60,120초마다 농도를 측정하였다. 
 
모델와인은 12% 에탄올과, 10g/L 글리세럴, 1g/L 포타슘. 3.2pH로 실제 와인의 모습과 유사한 상태로 측정하였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결과치는 Emile Peynaud가 인용한 분배계수 (partition coefficient)를 사용하였다. 분배계수 K는 Gas 상태의 농도를 Liquid 상태의 농도로 나눈 값으로, 와인 속 화합물의 농도를 알 고 있다면 측정된 분배계수를 곱해서 증발한 화합물의 농도를 구할 수 있다. 즉 분배계수는 물질의 휘발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다. 
 
첫 번째 비교 포인트는 온도에 따른 아로마 화합물의 분배계수 변화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의 활성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당연히 분배계수 즉 휘발성은 증가한다. 하지만 화합물별로 증가하는 폭이 다를 수 있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이들의 실험 결과에서는 과실향을 담당하는 Ester인 Ethylbutanoate가 스파이시함을 담당하는 4-vinyl-guiacol에 비해 절대적인 분배계수는 높지만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4-vinyl-guiacol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위 결과를 바탕으로 낮은 온도에서는 Ester와 같은 휘발성 높은 물질들이 와인잔 빈 공간의 점유율이 높으며 휘발성이 낮은 monoterpenes, fusel alcohol, spicy phenol은 점유율이 낮아 후각 역치보다도 낮을 수 있지만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휘발성의 증가폭이 크기에 감각적으로 더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는 과실향 위주의 단순한 화이트와인을 낮은 온도에서, 오크숙성한 레드와인을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서비스하는 근거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와인 표면으로부터 거리에 따른 분배계수 변화이다. 이들은 Guiacol을 이용하여 와인 표면으로부터 1,2,3cm 거리에 있는 지점에서 분배계수를 측정하였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실험에 사용된 유리병은 오픈된 상태기 때문에 와인 표면으로부터 거리에 선형으로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들은 결과에서 15초 구간에서 농도의 증가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평원지점 (Plateau)에 도달하기 때문에 향을 맡고 (또는 스월링을 하고) 15초 이후에 향을 맡을 것을 권하고 있다. 만약 15초 보다 짧은 시간에 다시 향을 맡을 경우, 와인잔 안에는 높은 분배계수의 프루티 한 Ester가 낮은 분배계수의 달콤한 Vanillin 보다 지배적으로 존재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방금의 결과 및 해석에 대해 필자의 아쉬운 의견을 첨가하자면, 위 연구에서 실험에 사용한 병은 14ml의 작은 병이다. 이렇게 작은 병에서도 15-20초 만에 농도 평원구간에 들어가는데, 실제 와인잔처럼 부피와 수면으로부터 높이가 큰 와인잔에서는 농도 평원구간에 돌입하는 시간이 더 길 것으로 예측된다. 실험에 사용한 Guiacol의 실험실에서 계측한 헨리상수 (수용액 상태에서의 분배계수, atm*m^3/mole, at 25°C)는 1.2X10^-6이며 분자량은 124.14g/mol이다. 반면 예시로 설명한 Vanillin의 경우 헨리상수는 2.5x10^-9이고 분자량은 152.15g/mol이다. 
 

Graham's law of effusion

 

Approximation equation for diffusion time

 
Graham's law에 따르면 기체의 확산 및 유출속도는 분자량의 제곱근에 반비례한다. 확산시간은 확산 거리의 제곱근에 비례하고 확산계수에 반비례한다. 여기서 확산계수는 분자량과 음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www.physiologyweb.com

 
따라서, 확산시간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증가하며, 분자량이 커질수록 추가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즉, 실험에 사용된 3cm 이내의 거리에서 측정된 평원구간 돌입시간인 15초는 실제 와인잔에서는 더더욱 길어질 수 있으며, Vanillin과 같이 헨리상수 (또는 분배계수)가 극단적으로 낮은 물질의 경우 평원구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매우 길어짐을 유추해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실험에서 보여준 15초간의 농도증가 곡선은 실제의 농도증가 곡선과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다. 
 
최종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11가지의 다양한 모양의 와인잔을 두고 테이스팅 패널들이 각각 게뷔르츠트라미너, 리슬링, 돈펠더, 피노누아 등을 어떻게 느끼는지를 분석했다.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Ulrich Fischer & Britta Loewe-Stanienda (1999)

 
총 11개의 와인잔을 다음과 같은 지표들을 측정하여 분석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Opening diameter와 maximum cuppa diameter가 독립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실험연구에서는 같은 최대면적을 갖는 와인잔이 opening diameter만 다를 경우 감각적으로 어떤 차이를 주는지는 분석하기 어렵다. 또한 Wine diameter를 분석대상으로 넣어놓고 wine diameter / opening diameter는 분석지표에 들어가지 않은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연구의 결론에서 와인의 향 강도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띄는 지표로 도출한 지표는

1. Large cuppa height
2. Small opening diameter
3. Max cuppa diameter / opening diameter  or  Cuppa volume / opening diameter

 
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보고했다. 
 
 

Margaret A. Cliff 'Influence of Wine Glass Shape on Perceived Aroma and Colour Intensity in Wines' (2010)

2010년 Margaret A. Cliff가 Journal of Wine Research에 보고한 'Influence of Wine Glass Shape on Perceived Aroma and Colour Intensity in Wines'에서는 3종류의 와인잔을 이용하여 와인잔의 모양과 특징에 따른 감각변화를 평가했다. 
 

Margaret A. Cliff (2010)

 
Burgundy Glass는 Riedel 사의 'Vinum Burgundy', Chardonnay Glass는 Riedel 사의 Sommelier collection 'Chardonnay'를 사용하였다. 
 

Riedel 'Vinum Burgundy'
Riedel Sommelier collection 'Chardonnay'

 
연구의 결과는 앞에서 소개한 Fischer & Loewe-Stanienda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와인의 종류와 상관없이, Cuppa diameter / Cuppa Opening이 클수록 아로마의 강도는 높게 나타났다. 
 

Gregory D. Hirson et al. 'Equilibration Time and Glass Shape Effects on Chemical and Sensory Properties of Wine' (2012)

2012년 Gregory D. Hirson 등은 American Journal of Enology and Viticulture에서는 4가지 모양의 와인잔과 삼각플라스크에서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와인잔 빈 공간의 아로마 화합물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테이스팅 패널들의 감각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다. 
 

G D. Hirson et al (2012)

 
이들은 와인잔의 뚜껑을 닫은 뒤 0,5,10분에 빈 공간에서 아로마 화합물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10분 동안 대부분의 화합물은 평형에 도달하지 못했고 일부 성분은 농도가 최대 5-6배 증가하였다. 짧은 평형 시간에서는 글라스의 형태가 휘발성 화합물 농도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했지만, 평형화 시간 (Equilibrium time)이 증가할수록 글라스 형태가 성분의 농도와 감각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갔다. 

G D. Hirson et al (2012)

 
감각적 평가에서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준 지표로는 White wine glass에서 Fruity aroma가 가장 적게 감지되었으며, White wine glass와 INAO glass에서 열감(Hot)이 가장 적게 느껴졌으며 전체적인 아로마 강도는 White wine glass에서 가장 적게 느껴졌다. 저자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필자는 이 데이터에서 Max Diameter / Opening Diameter가 클수록 과일향(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함)과 꽃향(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음)이 강하게 느껴지고, 전체적인 아로마 강도도 강하게 느껴지며, 와인잔의 부피 (Capacity)가 클수록 열감도 잘 느껴진다고 해석해보고 싶다. 
 
연구에서 감각적 분석 결과와 와인잔 공간 속 화합물 농도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이는 낮은 농도의 화합물과 짧은 추출시간 때문일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연구의 한계로는 대부분의 와인 소비는 평형화 조건이 아닌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예를 들어, 바로 따른 직후 또는 시음 중 스월링 시 발생하는 휘발성 변화는 실험실 조건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F. Venturi et al. 'Influence of glass on the evaporation rate of wines' (2017)

2017년 University of Pisa의 F. Venturi가 Agro Food Industry Hi Tech에 기고한 'Influence of glass on the evaporation rate of wines'는 6가지의 다양한 외형적 특성을 갖는 와인잔을 통해 짧은 침용을 거친 Sangiovese Rosato를 비교하였다. 
 

F. Venturi (2017)

연구에서는 세 가지 지표와 와인의 감각적, 화학적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a : Volume of Headspace (mL)/Total Capacity (mL) 
b : Surface of liquid/Volume of liquid 
c : Surface of liquid/Surface of mouth of vessel 

 
연구의 결론에서는 a지표는 와인잔 간의 아로마와 맛의 차이 대부분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한편 화학적으로 와인이 변화하는 부분에서는 b와 c지표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절대값 0.7 이상일 경우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지표. F. Venturi (2017)

 
사실 Glass A와 C는 베이스 모양은 거의 비슷하고 높이와 입구 넓이만 다른 와인이다. 마치 A의 윗부분을 잘라낸 모양이다. 하지만 연구에서는 a, b, c 세 가지 지표에 관해서만 분석을 했기 때문에, A와 C에서 차이를 보이는 와인잔의 높이, 와인잔의 빈 공간 부피, 입구 넓이 등에 대해서는 감각지표와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아마도 실험 세팅을 이런 포인트들에 초점을 맞췄다면 Glass A와 C는 감각지표에서 너무나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유의미한 상관성을 도출했을지도 모른다. 
 

F. Venturi (2017)

 
화학적 변화에서도 각 와인잔에 와인을 따른 뒤 5시간 후 특성들을 비교하였다. Titratable acidity와 Volatile acidity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지표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Free anthocyanins는 모든 와인잔에서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Total SO2는 Glass A와 C에서 두드러지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F. Venturi (2017)

 
전체 와인의 증발량 데이터에서도 당연하지만 Total SO2 데이터와 비슷한 양상 (Glass C > A 가 유의미하게 증발량이 많음)을 보여준다. 
 

F. Venturi (2017)

 
논문에서 저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험결과의 데이터를 보면 유의미해 보이는 차이가 몇 군데서 관찰된다. 특히 Glass A는 와인 면적이 가장 넓고 빈 공간의 부피 또한 가장 큰 것으로 보이지만 Intensity of odor 부분에서는 Glass E보다 약간 낮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이는 아마도 이전 연구들에서 이야기한 Opening diameter가 Glass E에서 더 낮기 때문일 것이다 (0.067 vs 0.084). Glass A는 Intensity of odor에서는 Glass E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Overall appreciation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한 만족도 하락을 보인다. Glass C에서도 유사한 만족도 하락이 보인다. 이는 향미분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소실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Intensity of oder에서는 Glass C가 가장 저조하며 이어서 Glass F 가 낮은 수치를 보인다. 이는 Glass C의 기형적으로 작은 빈 공간 부피와, 가장 큰 Surface of liquid/Surface of mouth of vessel (c), 그리고 낮은 표면에서 입구까지의 높이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겠다.
 
Takahiro Arakawa 등이 2015년 The Analyst지에 기고한 'A sniffer-camera for imaging of ethanol vaporization from wine: the effect of wine glass shape'라는 논문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을 담고 있다. 
 

Takahiro Arakawa et al. (2015)

 
총 6가지의 잔 종류를 비교하였으며 특수 카메라와 효소처리를 통해 와인잔 입구에서의 에탄올 농도를 시각적으로 측정하였다.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도출했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온도가 높으면 당연하게도 입구에서 에탄올 농도가 높게 측정된다. 우측 그래프에서 기울기는 에탄올 증발 속도라고 봐도 된다. 13도씨에서는 와인잔 입구의 에지 부분과 중심부 부분이 에탄올 농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24도씨에서는 중심부와 모서리부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13도씨와 비교해서 증발속도가 최대치를 이루는 시점이 더 빠르게 나타나며 증발속도가 더 빠르다. 이는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체분자의 운동속도가 증가하여 와인잔 입구의 중심부와 모서리부의 구분이 흐려지고 최대속도 도달시점도 빠르게 앞당겨지는 것이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두 번째 결과는 와인잔 모양에 따른 에탄올 증발량 변화이다. Fig. 2 위의 와인잔 3가지는 각각 부피와 입구직경이 다르다. 입구 직경이 가장 작은 Riesling Glass에서 입구 부분의 가장 높은 에탄올 농도를 보이며 링 모양의 이미지 직경이 가장 작은 모습을 보였다. 반면 Cabernet Sauvignon Glass에서는 입구 부분의 평균 농도도 가장 낮았으며 중심부 직경도 가장 컸다. 
 
필자의 생각을 더하자면, 이러한 결과는 아마도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겠다. 와인잔 입구의 중심부는 반구형태로 에탄올 농도가 0에 가까운 대기와 노출되어 있다. 반면 와인잔 모서리부는 와인잔 벽에 의해 보호효과를 받으며 1/4구 형태의 노출양상을 보일 것이다. 또한 온도에 따른 변화는 증발속도와 기체운동속도의 변화로 분석해 볼 수 있겠다. 온도에 따라 최대 증발속도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필자의 고찰]

증발로 인한 아로마 화합물의 변화

분배계수 또는 헨리상수는 쉽게 정리하면 액체 속 화합물 농도에 따른 증발한 공간의 기체 농도의 분율이다. 농도가 다른 두 물질의 증발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예시를 통해 설명해 보겠다. 
 
A는 통장에 100만 원 B는 1000만 원이 있다 (액체 속 화합물 농도).
A는 매월 통장 금액의 10%  (분배계수 또는 헨리상수)를, B는 1%를 복지재단에 기부 (기부금액 = 증발량) 한다
 
이때 첫 달에 A와 B는 10만 원씩 같은 액수를 기부하게 된다. 
둘째 달에는 A는 9만 원, B는 9.9만 원을 기부하게 된다.
셋째 달에는 A는 8.1만 원, B는 9.801만 원을 기부하게 된다.
 
이를 도표화해보면 

 
A와 B는 첫 달에 같은 액수를 기부했지만, 기부율이 다르기 때문에 A는 금방 재산이 고갈되어 기부액수가 줄어들지만 B는 상대적으로 일정한 기부액수를 유지할 수 있다. 
 
초기에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기부율이 같으면, 재산이 절반이 되는 반감기는 일정하다. 이는 아로마 화합물에서 향의 강도가 (Threshold는 넘는다는 가정하에) 절반정도 줄었다고 이해해 볼 수 있겠다. 즉, 1000억 재산이나 1억 재산이나 매달 기부율이 같으면 초기 자산의 절반이 되는 시점도 같다는 의미이므로, 두 가지 아로마 화합물은 최초 향의 강도에 비해 향이 감소하는 속도가 비슷할 것이다.
 
이제, 와인에 함유된 아로마 화합물의 헨리상수를 조사해 보자. 
 

 

Hydrogen Sulfide, Methanethiol 등 휘발성 황 화합물(VSCs)들은 헨리상수가 매우 높은 편이다. Ester와 C13 Norisoprenoid, TCA(2,4,6-Trichloroanisole)도 높은 편이다. 반면 Higher alcohol, MLF 관련 화합물, Oak 관련 화합물, 4-Ethylphenol (Brett 관련) 화합물은 헨리상수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를 통해 와인에 포함된 아로마 화합물 중 공기 중에 노출되는 즉 디캔팅을 하거나 와인잔에 따랐을 때 어떤 향이 먼저 소실될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적당한 양의 휘발성 황 화합물들은 Ester가 조금 소실되는 동안 상당 부분 에어레이션을 통해 제거해 볼 수 있겠다. 반면 TCA는 Ester와 헨리상수가 유사하거나 더 낮기 때문에, 아주 미약할 경우 공기접촉을 통해 발향을 좀 더 줄여볼 수 있겠지만 과실향의 두드러지는 소실이 발생하게 된다. Vanillin 등 Oak 관련 화합물은 공기접촉을 통해 상대적 농도가 증가하게 되어 시간이 지날수록 Oak 풍미가 두드러지게 된다. 이는 휘발성 페놀성분이자 Oak와도 관련 있지만 Brett과도 관련된 4-Ethylphenol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디캔팅은 침전물을 거르는 용도로도 사용하지만, 어린 와인에서는 불필요한 휘발성 화합물들을 증발시키면서 와인의 표현력을 극대화시키는 목적도 있다. 와인을 처음 시음했을 때 와인이 갖고 있는 결함 유형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그 결함이 공기접촉을 통해 악화될지, 개선해 볼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다. 
 
때때로, 환원결함 (VSCs)과 Brett 오염은 유사한 악취를 보이기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잔이나 디켄터에서 소량의 와인을 적극적으로 공기접촉하여 소실되는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환원결함은 농도에 따라 교정될 수도 있지만, Brett은 공기접촉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적 농도가 증가하여 두드러지게 표현될 수 있다. 
 
 

와인잔의 형태에 따른 감각적 변화

앞서 리뷰한 여러 가지 연구결과에서 공통적으로 (와인잔의 최대 직경) / (입구 직경) 이 아로마의 전체적인 강도 또는 과실향이나 꽃향의 강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어쩌면 사고실험 속에서 당연하듯 도출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증발속도(Evaporation rate)는 액체의 표면적에 비례한다. 또한 Fick's law of diffusion에 의해 와인잔으로부터 확산되어 탈출하는 아로마 화합물의 속도는 와인잔 입구 면적에 비례한다. 

액체 표면적 As에 비례하는 증발속도
통과면적 A에 비례하는 Effusive flow rate

 
 
따라서 와인잔 내 화합물의 농도가 높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증발속도를 높이고 유실속도를 낮추는 모양, 즉 와인잔의 직경 (와인 표면 직경)이 크고 입구직경이 작은 모양을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무조건 D ratio :  (와인잔의 최대 직경) / (입구 직경) 이 큰 와인잔이 좋은 걸까? 

Sydonios 'le Septentrional'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제품 중 D ratio가 가장 큰 와인잔인 Sydonios사의 le Septentrional'이다. 최대 넓이는 132mm이고 총부피는 1000ml이다. 만약 알코올의 열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위에서 리뷰해 본 연구 결론들로는 이 와인잔이 지상 최고의 와인잔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서 주목할만한 포인트 한 가지를 리마인드 해보자면, 최대 600ml대 부피의 와인잔을 갖고 한 실험 (G D. Hirson et al. 2012)에서 대부분의 화합물질이 10분 내에 평형에 도달하지 못했다. 만약 은은하고 섬세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면 충분한 정도의 아로마 강도를 얻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런 화이트 와인들에서 이런 잔을 사용한다면 열감이 부각되어서 신선하지 않게 느껴질 확률도 높다. 
 
 

Riedel Veritas Sauvignon Blanc

 
이런 경우에는 훌륭한 D ratio를 가졌지만 볼륨이 너무 크지 않은 위와 같은 와인잔을 고르는 것이 좋겠다.
 

Riedel Sommeliers series (Lt : Grand cru Burgundy / Rt : Montrachet)

 
한편 이런 제품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잔은 F. Venturi et al. (2017)에서 각각 Glass A와 Glass C로 소개되었다. 증발량은 최고로 많았고 아로마 강도는 가장 낮았다. 특히 Glass C는 289ml 용량의 작은 잔보다도 낮았다. 이는 앞에서 다뤄왔던 D ratio가 낮은 디자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Riedel은 이런 점을 모르고 와인잔을 디자인하고 팔고 있었던 걸까? 
 
사실 위 잔의 디자인은 1958년 Riedel의 9th Generation Claus Josef Riedel이 디자인한 형태의 와인잔이다. 아마 이때에는 위에서 분석한 와인잔과 감각적 인식에 관한 분석연구가 부족했던 시점일 것이다. 하지만 Riedel의 헤리티지는 지금까지 남아 중요한 제품 라인에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위와 같은 와인잔 디자인이 주는 긍정적 요소를 찾아보자. 두 와인잔은 D ratio가 낮기 때문에 아로마 화합물 유실이 빠르게 일어난다. 만약 약간의 리덕션이 있다면 휘발성 황 화합물을 제거하는 데는 가장 효율적인 와인잔이 될 것이다. 만약 과실향이 너무 지배적이라 다른 복합미를 찾기 어렵다면, 빠르게 휘발하는 Ester류를 증발하여 소진시킴으로써 액체 속 농도를 약간이나마 낮춰 다른 무거운 화합물들의 향이 드러나게 해주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강렬한 풍미를 위해 큰돈을 지불하고 비싼 와인을 샀는데, 다시 이를 누그러트리는 아이러니한 행위인 셈이다). 또한 입구가 넓기 때문에 Takahiro Arakawa et al. (2015)의 연구에서 볼 수 있듯 입구에서의 에탄올 농도가 가장 적을 것이고 Montrachet 잔은 총부피가 작아 열감도 적게 느껴질 것이다  G D. Hirson et al (2012). 
 

Zalto Denk'Art Balance

훌륭한 D ratio를 갖는 Zalto Denk'Art Burgundy Glass가 뚜껑이 잘려나간 가슴아픈 모양의 Denk'Art Balance도 등장했다. 아마 프리미엄 와인의 과실향을 빠르게 제거하여 밸런스를 맞추는 모양이다. 
 
이 외에도 컵의 모양에 따른 스월링 용이성, 요철에 따른 와류형성과 아로마 화합물의 증발 가속화 효과 등 와인잔의 물성적 평가들도 있고 (아래 첨부한 이전 글 참고), 심미적 평가가 감각적 평가에 미치는 영향, 손에서의 무게와 균형감, 림이 입술에 닿는 감각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우리가 와인을 마실 때 영향을 줄 수 있겠다. 

 

[Myths Breaker] 최고의 와인잔을 찾아서...! - 와인잔의 형태가 감각적 경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

와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국내외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어떤 와인잔이 성능이 좋은지에 대한 설왕설래는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혹자는 어떤 와인잔이 마치 절대적으로 우월하다

health-wine-dailylife.tistory.com

 
 

결론

증발적 관점에서 와인의 공기접촉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명확하다. 

  • 제거 가능함 : 너무 높지 않은 농도의 환원적 풍미 (Volatile Sulfur Compounds)
  • 제거 불가능함 : TCA, Brett, Oak
  • 잔이나 디켄터에 오래 둔 와인은 제거 분배계수가 낮은 Oak, Brett 관련 풍미가 더욱 강조될 수 있음

 

와인잔이 감각에 미치는 영향은 변수가 정말 많기에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 하지만 몇 가지 확실하거나 유력한 상관관계는 보인다.

  • [와인잔 최대직경 (또는 와인 수면의 직경) / 와인잔 입구의 직경] = [D ratio]이 클수록 와인의 풍미강도는 강해진다
  • 와인의 열감 강도와인잔의 부피가 클수록, 와인잔 입구의 직경이 작을수록 강조될 것이다
  • 섬세하고 은은한 와인도 [D ratio]가 클수록 풍미강도가 높아진다. 다만 전체 부피가 커지면 열감이 강조되고 평형시간이 길어져 오히려 시음시점에서의 풍미강도가 낮아지거나 시음의 쾌적함이 줄어들 수 있다. 
  • 와인잔 속 화합물이 최대 농도를 이루는 평형시간은 10분 이상으로 길 수 있다. 따라서 잔잔하게 충분히 유지된 와인의 정지향을 시향하고 스월링 후 다시 시향 하는 것은 와인의 다양한 면모를 느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와인을 잔에 얼마나 따를지도 와인잔을 선택하는데 중요하다. 서비스 용량이 적으면, 적은 양으로도 와인표면적이 넓어지는 플라스크형 와인잔을, 서비스 용량이 많으면 충분한 와인 양에서 표면적도 넓으면서 스월링의 용이성까지 갖춘 튤립모양 잔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누가 왕이 될 상인가!!

Uiversal Glass
Universal Glass

 

 

 

Burgundy Glass
Burgundy Glass

 

 

400-600ml의 브랜드 별 제품을 선정하여 Universal Glass를 비교하였고, 600ml 이상의 넓은 형태를 갖는 Burgundy glass를 비교하였다. 

 

X-wine glass는 흔하지는 않지만 최근 개인적으로 사용하다가 별로 높지도 않은 코인데 안경이 자꾸 닿아 이상했던, 유독 입구가 좁게 느껴진 브랜드가 있어 포함시켜 봤다.

 

최대직경과 입구직경에 대한 측정값은 제품상세자료에 일반적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공식 홈페이지에 수록된 제품 사진을 가져와 직접 이미지에서 사이즈를 측정하고 비율로 환산하였다.

 

추가로, 바닥이 평평한 잔은 와인을 따른 지점과 최대면적이 유사할 가능성이 높으나 달걀형이나 튤립형 잔들은 와인표면적과 최대면적의 차이가 클 가능성이 높다. 

 

와인잔에는 이런 단순한 스펙 말고도 여러 가지 심미적인 효과나 심리적 효과도 있으니 더 이상의 품평은 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에 대해서 반대의견, 반박자료를 포함한 모든 자유로운 의견은, 댓글이나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유롭게 전달해도 언제든 환영한다!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토론은 더 정제된 지식을 만들어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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