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s & Bones : 와인너드의 정형외과 안내서

[WINE 101] 와인 라벨 읽기 : 와인 라벨을 읽으면 와인이 보인다! 본문

Wine & More/Wine 101

[WINE 101] 와인 라벨 읽기 : 와인 라벨을 읽으면 와인이 보인다!

소비치 2023. 1. 1. 15:15

와인라벨을 읽어야 하는 이유

와인을 즐기는데 이것저것 알아야 할 것이 많아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그럼 마트에 가서 쌀을 구매할 때를 생각해 보자

'백미, 현미, 흑미, 좁쌀 어떤 종류인가?'
'국내산인가 수입산인가?'
'햅쌀인가 묵은쌀인가?'
'이천쌀인가 철원쌀인가?'
'가격대는 적당한가?'
'유기농인가?'

별생각 없이 용량대비 가격만 보고 고르는 사람 도 있겠지만 최소한 쌀의 종류 (백미, 흑미 etc)와 국내산 여부 정도는 무의식적으로 라도 체크하고 장바구니에 담을 것이다. 만약 흰쌀밥을 하려고 했는데 대충 골라와 열어보니 좁쌀이면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기 힘들 것이다. 쌀 포대의 라벨을 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류세를 측정을 가격에 비례해서 하기 때문에 바로 옆 일본과 비교해도 와인가격이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안 그래도 비싼 와인을 맛있게 먹으려고 사 왔는데, 내가 생각한 바로 그 맛이 아니라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와인 라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와인을 좀 더 재미있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안타깝게도 와인라벨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물론 몇몇 현대적인 와인라벨은 정말 심플하게 나와 상세한 정보는 와이너리 웹사이트에서 따로 찾아봐야 한다). 아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와인 라벨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토대로 내가 찾는 바로 그 와인을 매장에서 구매하는 요령도 얻게 될 것이다.


와인 라벨의 종류

두가지 다른 스타일의 와인라벨

한 가지 와인 라벨도 읽기 어려운데 라벨 종류가 있다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면 안심해도 좋다. 다행히 세상에는 크게 2가지 스타일의 라벨이 있다. "브랜드 이름과 품종"을 명시하는 타입과 "지역 이름"을 명시하는 타입이다. 전자는 신대륙 (New world : 미국,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구대륙 (Old world :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왜 이런 스타일의 구분이 생겼을까...? 필자는 비유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나 찰떡인 예시가 있어 다시 한번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해장국을 생각해 보자. 국내의 국밥들은 동네마다 특색이 있다. '양평해장국' '전주콩나물국밥' '부산돼지국밥'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형적인 한 그릇이 떠오르는 아이코닉한 국밥들이다. '양평해장국'을 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부속과 선지가 들어간 얼큰한 스타일의 해장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K-국밥이 세계로 진출해서 맨해튼의 중심에서 국밥집을 연다고 해보자. 메뉴판에 '양평해장국'이라고만 적혀있다면 우리나라에 방문해서 맑은 전주콩나물국밥을 먹어본 미국인들이 비슷한 줄 알고 주문했다가 뒤통수를 얼얼하게 맞을 것이다. 보통 해외에 진출한 이국적 음식들은 메뉴판에 상세히 설명이 되어있는 것이 보통이다.

'양평해장국 - 돼지부속과 선지가 들어간 얼큰한 스타일의 해장국 (맵기 정도 3/5)'

유럽에서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피노누아로 만든 레드와인과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와인만 주로 생산했고, 이탈리아 키안티 지방에서는 산지오베제로 만든 와인을 주로 생산했다.

오랜 역사 속에 지역마다 주력 품종이 고착화되다 보니 와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은 유럽 와인 주요 생산국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프랑스를 시작으로 지역명을 라벨에 붙일 수 있는 권한을 통제하고, 포도 품종이나 양조 스타일등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Appellation Credential (원산지 보증)이라고 한다. 즉 정부에 의해 appellation 인증을 받은 와인은 와인에 인증표시를 남기고 지역명만을 내세우면 충분했다. 마치 '양평해장국'과 같이 '브루고뉴 레드와인'하면 전형적인 와인이 프랑스인들에게 떠오르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최근 와인생산을 시작하고 전통적으로 와인을 즐기지 않던 나라들(신대륙 : 미국, 호주, 뉴질랜드, 칠레... etc)은 유럽에서 이것저것 다양한 포도 품종들을 들여와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했다. 신대륙 특히 미국인들도 7-80년대에는 와인에 대해 속칭 뭣도 모르고 즐겼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Rober Parker는 100점 만점으로 와인에 점수를 매겨 평가하기 시작했고, "고득점 = 맛있는"이라는 와인의 신화 속에서 Robert Parker는 신적 존재가 되었고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실제로 와이너리들이 Robert Parker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컨설팅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현상을 Parkerization이라고 부른다). 돈은 많으니 소비력도 엄청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와인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유명하다는 품종들을 여러 가지 들여와 식재하다 보니 신대륙의 와인은 지역 스타일이 형성되지 않고 다양하게 발달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와이너리가 브랜드화되기 시작하고, 소비자에게 정보전달을 위해 라벨에 품종을 명시해야만 했다.

실제 두 가지 스타일의 라벨을 보면서 알아보자!


브랜드 이름과 품종을 명시하는 라벨 (Brand name & Grape variety)

1. 브랜드 이름 (Brand Name) : Au Bon Climat
상표명이라 무슨 뜻인지 전혀 몰라도 된다. 맛만 좋으면 된다 ('좋은 밭'이라는 뜻이다)

2. 빈티지 (Vintage) : 2020
빈티지에 대해 착각하기 쉬운 점이 출시년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와인은 포도를 수확하고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아마도 가장 신속하게 출시하는 보졸레 누보 (Beaujolais Nuoveau)도 그해 초가을에 수확해서 11월 둘째 주에 전 세계 동시출시한다. 길게는 수확 5-6년 뒤에 출시하는 와인도 있다. 와인에서 빈티지 (밀레짐 Millesim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란 포도를 수확한 해를 의미한다.

3. 지역 : Santa Barbara County
캘리포니아 내 남쪽에 있는 지역이다. 남쪽 지역이나 바닷바람과 계곡에서 내려오는 냉풍 때문에 서늘한 기후를 유지할 수 있다.

4. 포도 품종 : Pinot Noir
가벼우면서 산뜻한 레드와인이다. 때문에 고품질의 와인은 섬세하면서 복합적인 스타일로 출시된다.

5. 알코올도수 : 13.5%
청하정도이다. 맛있다고 많이 먹으면 취한다.


지역이름을 명시하는 라벨 (Appellation Credential)

1. 생산자 : Jean Foillard
프랑스 보졸레에서 와인 잘 만드는 유명한 집이다. 와인맛은 생산자에 의해 크게 좌우되니 맛집이름처럼 많이 기억해두면 유리하다

2. 빈티지 : 2020
눈 크게 뜨면 보인다

3. 지역 : Morgon - Cote du Py
보졸레 (Beaujolais) 지방의 Morgon이라는 동네이다. Cote du Py는 밭 이름이다

4. 포도 품종 : Gamay
라벨의 Appellation d'Origine Protegee라고 쓰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에서 'Morgon'이라는 지역 붙여도 된다고 허락받았다는 뜻이다. 즉 'Morgon' 스타일로 만든 와인이다. 배경지식이 필요하지만 Beaujolais 또는 그 하부지역의 Apellation 인증을 받은 와인은 'Gamay'라는 품종의 와인이다. 위에서 나온 Pinot noir처럼 가볍고 산뜻한 품종이지만 꽃향이 강하고 생산자와 양조방법에 따라 다양한 풍미와 스타일로 변신한다.

5. 알코올 도수 : 14%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지만 라벨 왼쪽 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알코올도수는 후면라벨이라도 무조건 적혀있다. 소맥을 소주 8 맥주 2 정도 따르면 14%가 될 것이다. 맛있다고 마구 마시지 말자

추가로 알면 좋은 내용들

1. 세부 지역 vs 넓은 지역
결론부터 말하면 세부지역이 명시될수록 '대체로' 고품질 와인이다. 마트에 '경기쌀'과 '이천쌀'이 있으면 이천쌀이 직감적으로 더 좋아 보이지 않는가? 이천이 쌀 좋기로 유명한데 이천에서 나온 쌀이 굳이 경기쌀로 포장해서 판다면 그것은 이천쌀의 명성에 맞지 않는 저품질 쌀이거나 이천 밖 이름 없는 곳에서 자란 쌀일 것이다.

첫 번째 예시의 Au Bon Climat 와이너리에서 나온 와인 중 라벨에 'Santa Barbara County'가 아닌 세부지역인 'Santa Maria Valley'가 붙은 와인도 있다. 이는 약 1.5배 정도 비싼 더 높은 품질의 와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와이너리의 플레그십 와인인 'Isabelle'은 캘리포니아 전역에 퍼져있는 밭에서 포도를 모아 와 만든 와인이다. 와이너리 설립자의 딸 이름인데... 전통적인 관례를 벗어나는 경우도 신대륙 와인에서는 종종 볼 수 있다. 그래도 딸이름 걸고 파는 최고급 와인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자. (윗 문단에서 '대체로'에 강조를 한 이유이다)

두 번째 예시 Jean Foillard 와이너리는 구대륙의 와인인 만큼 전통적인 지역과 품질 관례를 잘 따른다. 예시의 와인이 탄생한 지역을 따라가보면 France(국가) > Beaujolais(지역) > Morgon(하위지역) > Cote du Py(밭) 임을 알 수 있다. 같은 와이너리에 Cote du Py라는 표기가 없는 Morgon 와인이 있다. 이는 위 예시의 와인보다 저렴하다. 당연하게도 Beaujolais만 적혀있는 같은 와이너리의 제품은 좀 더 저렴하다.

2. 와이너리에서 병입을 했는가?
저가 와인 중 와인만 생산하고 다른 시설로 보내서 병입을 따로 하는 경우가 있다. '와이너리에서 직접 병입까지 했습니다.'라는 말은 약간의 품질 보증수표 같은 것이다.

첫 번째 예시의 라벨 가장 하단에 'Produced and Bottled by...'. 두 번째 예시의 라벨 중하단에 'Mis en Bouteille par...'가 같은 말이다.

France : Mis en Bouteille...
Spain (or Spanish) : Embotellat a la Propietat
Italy : Imbottigliato all’origine
Germany : Erzeugerabfüllung

각 국가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위와 같이 표기되어 있으나 결국 자국민들이 보면 'Produced and Bottled by'라고 쓰여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자

3. 기타 표시들
Old Vines 또는 Vielles Vins : 해당 표시를 허용하는 법적 규제는 없으나 대체로 20년 이상의 오래된 나무에서 나온 포도로 생산한 와인을 의미한다. 오래된 나무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대신 풍미가 약간 농축되는 효과가 있다. 몇몇 와이너리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임에도 Old vines 표기로 품질차이를 두고 출시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10-20% 정도 비싸다.

4. 미사여구들...
와인 라벨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는 미사여구들이 많다. 예를 들면 '신토불이' 나 '프리미엄'과 같은 단어라고나 할까...
Reserve :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와인 품질에 대한 지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그 이외 나라에서는 미사여구로 사용된다. 별 의미 없는 말이다.
Grand vin de ______ : ~에 위대한 와인이라는 뜻으로 큰 의미 없는 미사여구이다. Grand Cru랑 헷갈리지 말자

결론

위의 내용을 다 숙지하고 자신 있게 와인을 읽을 줄 안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Pinot noir가 어떤 스타일인지, Morgon에서 Gamay를 만드는지, Gamay는 어떤 스타일인지를 모른다면 써먹기가 힘든 지식이다. 앞으로의 포스팅을 통해 주요 포도 품종과 생산지역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