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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 Bones : 소비치의 와인 그리고 정형외과 안내서
[Wine & Food] 가을의 시작을 알려라! @참새의 집 본문
9월 21일 송파 참새의집에서 와인 회동을 하기로 했지만... 바로 전날까지 폭염이 지속되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런데 당일 기적적으로 더위가 확 잡히면서 서늘한 날씨로 들어선게 아닌가...! 날씨요정이 동행중에 분명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없던 간판같은데, 예쁘장한 비올렛 하트 간판이 생겼다. 마침 하늘빛도 비올렛!
회랑같이 이어지는 입구는 항상 기대감을 끌어올려준다.
누가보면 영락없는 가정집의 모습이다.
오늘은 정말 다양한 테이스트를 갖고계신 '버나드 유'님의 모임이다. 컨셉은 '쥐라'이며 쥐라와인 뿐 아니라 쥐라와 관련된 와인까지 총 5병이 출전한다. 물론 뒤에서 소개되겠지만 정말 다양한 와인들이 도네이션으로 추가참가하여 엄청난 스케일이 되어버렸다.
불란서 식당답게 주물냄비에 담겨나온 꼬꼬뱅. 버너에 자작하게 졸여가며 먹으면 점점 더 진해져가는 국물은 일품이다.
항정살 요리도 참 맛있었다.
와인 칠링버킷에는 가을의 정취를 느끼라고 낙엽을 담아주셨다. 이런 디테일한 센스는 '참새의 집' 루시 사장님의 전매특허인 듯 하다.
간단하게 와인들을 소개하자면...
Allante & Boulanger Chardonnay 'La Chèvre' 2020
크리스찬 불랑제는 라베에서 15년간 양조 책임자였고, 마티유 알란테도 라베에서 양조를 배운 친구라고 한다. 2020빈티지에서 처음으로 껍질접촉을 해서 오렌지스타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황금색 와인에 자두와 복숭아 그리고 군밤과 부싯돌같은 리덕티브노트도 절묘하게 담겨있다. 입에서도 정말 섬세하고 우아하며 피니쉬에서 고소함이 남는게 인상적이였다. 이날의 Best!!
Domaine Julien Renard Riesling 'Le Ch'ti' 2021
프랑스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줄리앙은 극작가로 살다가 자연스레 접하게 된 네추럴 와인 특히 피에르 오베르누아의 와인에 빠져, 와이너리 농활을 하게 되었고, 처음으로 숙면을 취하게 되면서,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고 와인메이커로 커리어 시작했다고 한다. 2018-2020년까지 줄리앙은 산화적으로 만들지, 환원적으로 만들지 갈팡질팡하다가 2021년에는 조금 일찍 수확한 신선한 포도를 이용하여 조금 더 환원적 스타일로 만들기로 했다한다. 초반에는 리덕티브한 풍미가 지배적이라 즐기기에는 조금 힘들기에 병에서 숙성을 좀 진행하던지, 디켄팅을 통해 조정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과실이 너무 가려져서 아쉬웠던 바틀
Domaine Ganevat 'Julien en Billat l'Enfant Terrible du Sud' 2021
21년 쥐라의 서리로 다양한 레드 품종의 포도를 조합하여 21년에 특별히 탄생한 탁월한 스타일의 와인이라 한다. 레드와인을 생각하고 오픈했는데, 왠 로제 와인의 색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2021년 힘들었던 쥐라의 작황 특성 상 추출을 가볍게 하고 마시기 편한 스타일로 뽑아내지 않았을 까 생각해본다. 입에서 미탄산이 느껴지고 새초롬한 작은 레드과일과 시트러스가 참 투박하면서도 순수하다. 엄청난 와인은 절대 아니지만 시원하게 해서 편하게 마시기에는 너무 좋은 와인이다. 이날 꼬꼬뱅과 함께 했을 때 가장 좋은 페어링이였다고 생각한다.
Domaine de la Petite Empreinte 'Tapis Rouge' Pinot Noir 2022
멜리사 바쟁(도멘 라베 출신)과 로맹 드 무어(올리비에 드 무어 가족이며 도멘 갸느바에서 양조배움) 커플이 쥐라에서 양조를 배운 후 샤블리로 돌아와 엘리스 올리비에 드 무어 가족 와이너리에서 1헥타르의 밭에 피노 누아와 소비뇽 블랑을 심어 2020년부터 와인을 출시하고 있다고 한다. 검은 체리와 라즈베리, 삼나무, 약간의 팔각, 비올렛과 허브뉘앙스 부싯돌의 풍미들이 서늘하면서도 다양하고 산도는 높고 짜릿하며 탄닌은 정말 섬세하고 가벼웠다. 샤블리 지역의 피노누아의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와인이라고 생각되었고 쥐라의 정취도 엿볼 수 있었다. 깨끗하고 가벼우면서도 약간의 킥을 담고 있는 피노누아!
Domaine Bienaime 'Savagnin' 2022
조르쥬라발 샴페인하우스에서 양조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브루노 비앙에메. 짧은 침용과 중성베럴 쉬르리에서 2년간 숙성. 잘익은 과일과 허브 느낌이 매력적이며 퀴베당 1000병 미만 생산으로 현지에서도 귀한 바틀. 백도와 잘 익은 사과 과실에 바닐라의 스윗스파이스와 부싯돌등이 더해지며 레이어가 만들어져 있었다. 입에서는 꽉찬 만족감을 주는 와인이였다. 중성적인 오크배럴만 사용했다고 하는데, 은근히 스파이스들이 올라왔다. 덕분에 아직은 조금 어린 느낌을 주기도 했다.
Weingut Prager Wachstum 'Bodenstein' Riesling 2022
정말 잘 익어서 한 껏 플로럴 해진 리슬링의 전형이였다. 자갈돌 미네랄과 빵반죽, 자스민, 백도의 풍미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높은 산도는 차분하게 다듬어져 찬찬히 따져보지 않으면 리슬링임을 잘 모를 정도. 날카로운 선율의 독일 리슬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정말 맛있게 즐긴 와인이다.
Weingut Werlitsch Ex Vero III 2018
Werlitsch는 17세기부터 남부스티리아에서 와인을 만들던 Tscheppe가문의 와이너리이다. 현재는 Ewald Tscheppe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으며 Ex Vero는 '진실로부터'라는 의미로 토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정말 선명한 사과와 절인레몬, 약간의 사과식초, 은은한 흰꽃과 함께 부싯돌, 볏짚, 은은한 잔디가 예쁘면서도 힘있는 모습이며 산도는 살짝 새초롬하면서도 전반적으로 균형감있게 입에서 편안하게 넘어갔다. 음식에 매칭했을 때 너무 매력적인 와인이고, 마시는 순간 보다 다음날 더 기억나는 와인이다.
Francois Millet & Fils 'L'Echenaud' Cotes du Jura 2020
한창 주가를 올리는 프랑수와 미예의 와인이다. 블라인드로 받았고 중성적인 화이트와인이면서 뉴오크를 어느정도 사용하여 샤르도네임은 금방 찾아갔다. 그러나 생각보다 서늘한 과실미와 입에서 살짝 날서있는 산도감으로 부르고뉴보다 더 서늘한 지역이고 뉴오크등에 돈을 어느정도 쓸 수 있는 지역과 생산자라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독일을 말해봤다. 꽤나 틀렸지만, 한편으로 꽤나 멋진 Flight 였던 와인. 반짝이는 부싯돌 멋진 산도 그리고 기가막힌 밸런스의 오크사용이 멋졌던 와인이다. 하지만 쥐라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된...?!
Domaine Naturaliste 'Artus' Chardonnay 2022
이름의 Naturaliste는 지역이름이지 전혀 내츄럴 와인 메이킹을 추구하는 생산자는 아니다. 호주 마가렛 리버의 생산자로, 항상 놀라운 리스트들로 한마리 참새가 되어가는 '민아네 와인한상'에서 수입하는 와인이라 한다. 멜론 황도의 달콤한 과실과 살짝 진한 듯 하면서도 선을 잘 지켜준 바닐라 뉘앙스, 살짝의 맛밤, 희미한 자갈힌트. 최근 호주 샤르도네들이 일찍 따고 리덕티브하게 만들어서 새콤하고 스모키하고 고소함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가끔 요즘의 호주와인들은 어릴때도 이렇게 리덕티브함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스크류캡으로 돌려쳐놓으면 나중에는 어찌되는건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 와인은 오히려 기본기에 집중한 느낌이 들어 오히려 좋았다. 3년 정도의 약간의 숙성을 더해도 좋을 와인이라 생각된다.
Element Cabernet Franc 2016
정말 잘 익어있고 깔끔한 스타일의 카베르네 프랑이였다. 고춧가루 같은 피라진은 그 마저도 부드럽게 느껴지고 빨간 과실이 과즙이 충만한 상태로 담겨있었다. 입에서는 중상의 탄닌이 실키한 질감으로 입을 꽉 채워주는 느낌이라 참 맛있게 즐겼던 와인이다. 블라인드로 받았고 피라진 질감으로 카베르네 프랑임은 쉽게 알았지만 핑거레이크스는 상상도 못했던 와인!
Domaine de la Patelle 'Poids Plume' Poulsard 2022
라즈베리와 자두 딸기의 빨갛고 과즙많은 과실들과 자갈의 미네랄 그리고 은은한 흙향까지, 발향이 꽤나 직관적이고 산도와 섬세한 탄닌의 조화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정말 맛있는 뿔사흐로 호불호 없이 즐길만한 와인이다.
Domaine Tissot 'Indigène' Crémant du Jura NV
티쏘의 크레망으로 멍든사과와 절인레몬, 바게트 껍질, 토스트까지 풍성하고 녹진한 향이 잘 담겨있는 스파클링 와인이였다. 입에서 산도는 충분히 높으면서도 풍성하고 달콤 고소한 향들로 가득차서 누구나 맛있게 즐길만한 와인이였다.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을 마셨던 날이다.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중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몇가지는 따로 리뷰를 써보겠다. 더 추워지기 전에 '참새의 집' 정원의 참새한마리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