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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s & Bones : 소비치의 와인 그리고 정형외과 안내서
[적포도품종] 피노누아 (Pinot Noir) 본문
피노누아 (Pinot Noir)
피노누아의 역사, 풍미, 맛, 주요 재배 지역에 관하여...
피노누아의 역사 (The History of Pinot Noir)
피노누아는 프랑스어로 '피노(Pinot) = 솔방울'과 '누아(Noir) = 검은'의 합성어로 포도송이가 솔방울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는 피노누아가 가장 오래된 와인양조 품종 중 하나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즐기기 시작했으며 1세기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에서 기르기 시작했다는 문건도 있다.
이후 프랑크왕국의 교회를 중심으로 왕에게 하사 받은 토지를 이용하여 수도원 표 와인을 생산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수도원은 토지를 상속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규모 포도 수확이 가능했으며, 십자군전쟁으로 귀족들이 교회에 토지를 기부하면서 그 규모가 더 커졌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수도원들은 테루아(Terroir)와 포도 재배(Viticulture) 및 와인양조(Vinification)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당시 테루아의 차이를 기반으로 포도밭을 구분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의 복잡한 밭과 등급의 구분이 탄생하게 된다.
브루고뉴의 수도원은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등장으로 그 특권을 모두 내려놔야 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수도원들이 갖고 있던 막대한 토지를 재분배하며 수많은 작은 토지로 나눠지게 되었다. 그에 더하여 나폴레옹이 제시한 상속법에 따라 2세들에게 분배하도록 하였으며, 그 결과 브루고뉴의 밭은 잘게 잘게 쪼개져 수많은 소유자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어떤 소유주는 한두 줄의 포도밭을 겨우 소유하기에 이르러, 사실상 독립적인 와인 양조가 불가능하게 되자, 포도밭으로 부터 포도를 구매하여 와인을 양조하는 네고시앙(Negociant)이 나타났다. 브루고뉴 와인은 14세기부터 밭의 성질에 대해 연구한 데이터가 누적됨과 동시에 세계 와인 애호가들이 접근가능성이 쉽고 섬세하며 우아한 와인을 찾는 풍조와 맞물리게 되며, 2023년 지금까지도 가장 비싼 와인품종으로 당당히 위치하고 있다.
테이스팅 노트 (Tasting note)
피노누아는 양조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표현된다. 특히 줄기까지 통째로 발효하는 홀클러스터(whole-cluster) 발효는 바디감과 탄닌이 풍부하고, 향신료풍미가 가미된다. 반면 열매만 발효에 이용하는 디스템(de-stem) 방식은 과실의 순수한 매력을 잘 보여준다. 어떤 방식이 더 고품질 와인을 만드는지는 정해진 바가 없다. 따라서 브루고뉴 와인을 즐기려 할 때는 내가 맛있게 마셨던 와인 생산자와 포도의 출신 지역을 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전반적으로는 붉은 과실인 레드체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등의 기본풍미를 갖고 있으며, 무게감 있게 양조하는 생산자의 경우 검붉은 과실 또는 검은 과실의 느낌까지 내기도 한다. 피노누아는 껍질이 얇은 품종으로 숙성이 되면서 복합적인 향을 발휘하게 되고 대표적으로 버섯이나 흙향을 보인다. 브루고뉴에서는 프렌치오크통에서 숙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정향이나 삼나무향이 가미되며, 섬세한 포도의 풍미를 가리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오크사용을 선택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산지
프랑스 - 브루고뉴 (France - Bourgogne)
테이스팅노트 : 체리, 히비스커스, 장미꽃잎, 버섯, 부엽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피노누아 생산지다. 최근 10-20년 사이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와인값은 미친 듯이 치솟기도 했다. 이런 탓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브루고뉴 밖에서 가장 브루고뉴다운 피노누아를 양조하는 지역과 생산자를 찾아 나서고 있다.
2023.01.09 - [Wine & More/Wine tasting] - [와인시음] Domaine Gilbert et Christine Felettig Bourgogne Pinot Noir 2017
캘리포니아
테이스팅노트 : 체리, 라즈베리, 올스파이스, 바닐라
캘리포니아의 소노마, 산타바바라 등의 지역은 선선한 기후를 보여 피노누아를 생산하기 적합하다. 이 지역에서는 과실풍미 위주의 직관적이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 아메리칸 오크를 주로 사용하여 양조하지만, 몇몇 브루고뉴 스타일을 추종하는 생산자들은 프랜치 오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외...
피노누아는 정말 많은 지역에서 시도되고 있다. 현재 브루고뉴의 대체제로 주목받는 산지로는, 독일, 미국-오레건, 뉴질랜드, 호주가 있다. 독일은 고위도 지역에 위치하여 지구온난화로 부터 가장 자유로운 지역이며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피노누아에 안성맞춤이다. 지리적으로도 브루고뉴와 가까이 위치한다. 미국-오레건 또한 캘리포니아 북쪽의 지역으로 서늘한 날씨를 기반으로 하여 브루고뉴 스타일을 지향하는 와인을 생산한다. 뉴질랜드에서는 센트럴 오타고, 말보로, 마틴보로등이 떠오르고 있다. 호주는 대체로 따뜻한 기후대이나, 해풍의 영향으로 서늘한 기후를 보이는 모닝턴반도, 야라벨리, 태즈메이니아섬에서 고품질의 피노누아를 생산하고 있다.
음식과의 조화 (Food pairing)
피노누아는 화이트의 섬세함과 레드의 무게감을 모두 표현할 수 있는 품종으로 와인양조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음식과 매칭할 수 있다. 다만 기름지고 비린 해산물은 홀클러스터 발효를 한 피노누아와 만나면 비릿한 향을 줄 가능성이 높고, 향이 너무 강렬하거나 매운 아시아 음식들과 매칭한다면 와인이 압도당할 확률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
맺으며...
와인을 입문하면서 피노누아를 적극적으로 마셔보는 것은 비용적으로 상당히 부담되는 일이다. 저렴한 피노누아는 있지만, 저렴하면서 맛있는 피노누아는 아직까지 없는 듯 하다. 다만, 신세계 국가들에서 브루고뉴의 고풍스러움을 상당히 잘 재현하고 있는 생산자들이 있으니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얼른 구해다 마셔보자. 인생와인이 될 지 모른다.
이 글을 읽으신 와인 입문자 모두가 즐거운 와인생활이 하길 바라며...
Sal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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