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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Wine Maker] 'Zyme' in Valpolicella 방문기

소비치 2024. 10. 17. 23:35

 

Valpolicella에서 정말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Zyme에 방문했다 (방문일 : 2024.10.4). Zyme의 설립자 Celestino Gaspari는 원래 유제품을 다루는 사람이었으나 발효음식이라는 공통점 아래 와인으로 눈길을 돌려 Giuseppe Quintarelli에서 일을 배우기도 했다. 이 인연으로 Celestino  Gaspari는 Quintarelli의 막내딸과 결혼하여 Valpolicella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메이커 집안의 사위가 된다. 

현대적인 외관의 Zyme 와이너리
입구를 지키고 있던 포도나무. 수확은 절반정도 진행되었다고 한다.

 

 

Zyme라는 이름은 그리스어로 효모를 뜻하는데, Celestino의 발효에 대한 열정이 담겨있는 이름이다. 마침 와이너리 건물도 효모의 출아하는 모습이거나 빵반죽 안의 촘촘한 거품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지역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로, 와이너리 건물은 마치 하나의 현대예술작품 같은 위용을 보여줬다.

Celestino가 가장 중시한 다섯가지 요소 : Uomo(사람), Vite(포도나무), Terra(땅), Sole(태양), Acqua(물)

 

실내에서 포도밭을 바라본 전경

 


실내도 역시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보여줬다. 한켠에는 지메의 수많은 와인들이 트로피처럼 정렬되어 있었다.

트로피같이 정렬된 Zyme의 와인들

 

 

투어는 셀러에서 시작되었다. 수많은 프랑스 산 새 오크통이 정렬되어 있고, 그 뒤로 25hL, 50hL 크기의 대형 중고 오크통이 나열되어 있어 신구, 대소의 오묘한 대조를 보여줬다.

Old & New, Large & Small



Zyme의 와인은 스틸탱크에서 발효한 뒤 스파클링와인, 화이트와인, Reverie라고 하는 Valpolicella DOC 레드와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오크통 숙성을 한다고 한다. Amarone Reserva를 포함하여 Valpolicella의 전통적인 스타일 와인들은 모두 중고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통을 사용한다. 반면, Harlequin, Kairos를 필두로 한 새로운 스타일의 와인들은 모두 작은 바리크 사이즈의 뉴오크를 넉넉히 사용한다고 한다. 

스파클링와인, 화이트와인, Valpolicella DOC를 숙성하는 스틸탱크

 

 

셀러 한편에는 라벨작업을 기다리는 병숙성중인 와인들이 산더미만큼 쌓여있었다. 

어마어마한 물량의 와인들. 라벨작업이 완료되면 종이박스에 담겨 포장된다.

 

 

숙성고 한켠에는 지하수가 나오는 우물이 있었다. 와이너리는 2014년 완공된 건물인데, 이때 버려진 채석장을 구입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우물은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셀러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천연 지하우물

 

 

발효장소로 이동하는 길목에는 어마어마한 아카이브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왼쪽의 천연 암석을 깎아 오른쪽의 오각형 선반을 만들었는데, 이는 Celestino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강조하여 만들어진 결과라고 했다. Zyme의 철학을 한눈에 보여주는 웅장한 모습이었다. 

전통과 현대

 

돌로 깎아 만든 선반은 모두 오각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Celestino가 중시하는 다섯 가지 요소 Uomo(사람), Vite(포도나무), Terra(땅), Sole(태양), Acqua(물)를 의미한다. 

모던한 디자인, 소재는 셀러가 위치하던 곳의 암석. 전통에 발을 꼭 붙여놓고 있다.
깎아낸 암석에도 지하수가 스며나와 이끼와 곰팡이가 생긴 모습. 돌 벽돌이 아닌 통 암석이다.

 

 

발효장소로 넘어가서는 거대한 스테인리스 발효조와 시멘트 발효조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발효창고 한편에 세탁기만 한 시멘트 발효조가 있었는데, 이는 Celestino가 처음 와인을 만들던 시절 자신의 창고에서 사용하던 발효조라고 했다. 그도 한때는 'Garagiste'였던 것이다. 지금도 그 발효조를 사용하고 있는데, 실험적으로 Syrah를 키워서 만들어보고 있다고 했다. 

스테인레스스틸 발효조와 뒤로 보이는 시멘트 발효조
세탁기만한 미니발효조. Syrah가 발효되고 있었다.

 

 

미니 발효조 뒤로는 Lab이 있어서 다양한 실험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던 Celestino를 상징하는 미니 발효조 뒤로 있는 모습을 보니 당시 Garage가 부활한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생산자 반열에 들었음에도 끊임없이 연구 개발을 하는 모습이 참 멋졌다.

미니 발효조 뒤로 보이는 Lab 공간. 마치 현대식 Garage 같은 느낌

 

 

이후에는 채굴장을 깎아서 만든 전통스타일의 Cave로 이동했다. 이곳을 이탈리아 말로는 'La Mattonara'라고 불렀는데, 이는 Zyme의 시그니처 중 하나인 Amarone Riserva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Cave에는 효모를 병목으로 모아주는 Riddling 작업 중인 스파클링 와인과 다양한 배럴들이 숙성 중에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Harlequin 모형이 있었다. Harlequin은 이 집의 플래그쉽 퀴베 중 하나로, Celestino가 15가지 이상의 품종을 블랜딩 하는 와인과 Harlequin의 의상이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라 했다.  

공간효율은 좋지 않지만 전통성에 발을 떼지 않겠다는 의지
Zyme의 상징이자 마스코트 같은 Harlequin

 

 

까브 한편에는 스톤 테이블이 놓여있는 멋진 시음실이 있었다. 아쉽게도 이 공간은 현재 시음실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멋진 와이너리 투어가 끝나고 기다리던 시음타임이 왔다. 정말 많은 종류의 와인들이 빠른 속도로 소개되고 시음하고 넘어갔기 때문에 간단한 감상만 남겨보겠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과 균형을 보여줬던 투어였던 만큼, 와인들도 모던한 스타일과 전통적인 스타일이 모두 출전하였다. 와인은 내 마음대로 전통라인과 모던라인으로 구분 지어보겠다. 

 

 

전통라인 : Amarone Riserva 'La Mattoara', Amarone Classico, Valpolicella Classico, Valpolicella 'Reverie', Spumante Metodo Classico

모던라인 : Harlequin, Kairos, Syrah, 602020 Cabernet, Oseleta, From Black to White

   * Spumante는 Valpolicella의 전통적인 와인은 아니지만, 인근 Franciacorta의 생산방식대로 만들기 때문에 전통으로 분류했다.

 

 

Spumante Metodo Classico 2020 : 100% Pinot noir / 최소 36개월 효모 병숙성, Zero Dosage / 살짝 황금빛이 도는 와인. 풍성한 풍미와 넉넉한 토스티함. 파삭한 질감이지만 편안한 산도. 

 

Black to White 2021 : 60% Rondinella Bianca + Others / 6개월 콘크리트 숙성 / Rondinella가 색변이를 일으켜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함 / 핵과류와 꿀향이 감돌고 아로마틱 한 인상을 주는 와인. 입에서는 나름 신선하면서도 약간의 유질감과 살짝의 쓴 끝맛이 있다. 남부론에서 스틸탱크로만 와인을 만들면 이런 느낌이려나?

 

Valpolicella 'Reverie' 2023 : Corvina Blend / 6개월 스틸탱크 숙성 / 가볍고 신선한 체리체리체리주스, 입에서 신선하면서 탄닌은 섬세했다. 음식친화적인 와인

 

Valpolicella Classico Superiore 2019 : Corvina Blend / 3년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 숙성 / 2019 빈티지부터 생각했던 완성도를 달성해서 Val... 에서 풀네임으로 이름을 바꿔줌 / 기본급보다 구조감도 더 좋고 Earthy 한 느낌과 감초 같은 향신료가 더해진 느낌. 과실의 깊이도 확실히 더 좋다.

 

Oseleta 2016 : 100% Oseleta / 6년 프랜치 바리크 + 1년 병 숙성 / Oseleta는 Amarone에 들어갈 수 있는 품종이지만 Zyme에서 처음으로 단일품종 양조를 시작, 몇 년 전부터는 Masi에서도 Oseleta 단일품종을 만들고 있다 함 / 오크통에서 긴 시간을 보냈지만 뻑뻑한 타닌과 진한 검은 과일 그리고 넉넉한 스윗스파이스가 당황스러운 첫인상을 주는 와인이다. 단일품종으로 만들 시도를 안 했던 이유도 왠지 알 것만 같은... 병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난 뒤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와인

 

602020 Cabernet 2019 : 60% Cabernet Sauvignon, 20% Cabernet Franc, 20% Merlot / 30개월 프랜치 바리크 + 1년 병 숙성 / 정직하게 품종의 블랜딩을 알려주는 이름. 보르도 좌안 스타일 / 과실은 상당히 잘 익어있었고, 피라진이 분명하면서도 잘 익어있었으며, 나름 구조감도 탄탄하고 농축미도 좋았지만, 뭔가 뉴오크가 과실과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병숙성으로 발전될 수 있겠으나 시음시점에서는 밸런스적으로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Kairos 2019 : 15종 이상 품종 블랜딩 / 3년 프랜치 바리크 + 1년 병 숙성 / 말린 과일과 신선한 과일 모두를 아우르는 풍미와 진하지만 밸런스를 망가트리지 않는 뉴오크의 스윗스파이스들, 입에서는 달콤한 인상의 알콜과 과실풍미에 부드러운 텍스쳐가 더해져 고급스러운 인상을 줬다. 지금 마시기에도 좋지만 5년쯤 뒤의 모습이 더 기대되는 와인

 

Amarone Classico 2018 : Corvina Blend / 5년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 + 1년 병 숙성 /가야 할 길이 남았다고 생각했는지 Am...으로 미완성형 이름을 붙여놓음 / 굽고 말린 검은과실에 스모키하고 우디한 레이어가 더해짐. 입에서 산미가 정말 좋으면서도 탄닌은 우아하고 부드러웠다. 충분히 완성도 높은 아마로네만였다.

 

Harlequin 2016 : 15종 이상 품종 블랜딩 / 15개월 프랜치 바리크 + 15개월 두 번째 프랜치 바리크 (200% New Oak) + 2년 병 숙성 / 뉴오크에 15개월씩 두 번이나 담갔다가 나오는 와인, 품종적으로나 양조적으로 머리가 띵해지는 창조성 / 진한 말린 과실풍미와 리큐르 같은 인상, 바닐라, 정향, 계피등의 다양한 스윗스파이스들이 총체적으로 담겨있다. 피니쉬에서는 스모키하고 담뱃잎 같은 인상도 지나간다. 입에서는 밀도 있지만 부드러운 탄닌과 우유 같은 무거운 질감 그리고 은근히 있는 미네랄 인상까지 느껴진다. 오크풍미가 너무 압도적이라 계속 마시고 싶은 밸런스 거나 자꾸 생각나는 와인은 아니지만, 스케일에 압도되었던 와인. 5-10년쯤은 넉넉히 숙성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하지 않을까?

 

Amarone Riserva 'La Mattonara' 2009 : Corvina Blend / 9년 대형 슬라보니안 오크 + 1년 병 숙성 / 기본급 아마로네보다 두 배는 진한 과실미와 차분하게 마른 인상, 무화과, 건포도가 강조되고 발사믹 식초 한 방울, 진한 감초, 코코아등의 스윗스파이스와 나무줄기, 흑후추 같은 알싸함, 담뱃잎 이 더해졌다. 레이어가 정말 많고 밸런스가 환상적인 와인이었다. 힘을 과시히지도 않고 아주 우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숨겨진 힘은 입에서 끊나지 않는 피니쉬로 증명해보인다. 마셔본 아마로네중 시음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가장 인상적인 와인이였다. (추후 소개할 Giuseppe Quintarelli의 Amarone와 비교해도...)

 

Zyme Harlequin 2016
Zyme Amarone Classico della Valpolicella Riserva 'La Mattonara' 2009

 

시음 내내 직원들이 Baby Boss라고 부르는 Celestino의 아들이 밧줄을 들고 난리를 피우고 그걸 제지하려는 직원들의 소동에 한바탕 웃음이 일기도 했다. 결국 Baby Boss는 커다란 정원용 가위를 들고 Zyme 화단의 나뭇가지들을 잘라대기 시작했는데, 이를 제지하기 위해 Celestino가 직접 출동하여 인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멋진 Estate 만큼이나 투어프로그램도 멋졌던 Zyme였다. 와인을 잘 알지 못해도 쉽게 녹아들어 심취할 수 있는 투어이니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겠다.

 

전통 & 혁신 :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옛 것을 살리는 방법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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